(사진=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국회 저지로 약 3시간만에 끝을 내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속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자면 단연 '처단'이라는 단어이다.
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는 포고령을 공개했다.
제1호 포고령에는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고 명시돼있다.
이와중에 특이점이 보인다.
포고문 속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문구도 포함돼있다.
처단의 사전적 정의는 '결단을 내려 처치하거나 처분함'이다.
여기서 처치는 '일을 감당하여 처리함', 처분은 '처리하여 치움'을 뜻한다.
오랜 기간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공의를 저격하며 '처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위아래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 전복 기도 행위, 사회혼란 조장, 반국가세력 등의 문구가 있는데 그 가운데 전공의가 있어 읽는 사람은 마치 전공의가 앞의 부정한 세력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계엄사령부가 전공의를 콕 찍어 '처단한다'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가히 충격적이다.
벌써부터 의료계는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더욱 놀라운 건 계엄포고령에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라며 "의사들이 반국가세력이냐"고 반문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이자 전임 집행부 대변인 또한 "대통령의 우격다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국가 전복을 꾀하는 내란 세력으로 간주해 '처단'하겠다는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가뜩이나 의정갈등 장기화 국면인데 포고령 속에 전공의들을 향해 처단한다는 말을 단어를 선택한 건 누가 봐도 악수임이 틀림없다.
전공의 등 의료인에 대한 조치가 담긴 포고령으로 인해 의대 증원이 촉발한 의정갈등은 여야의정 협의체 좌초에 이어 앞으로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갈등을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다고 그 방법으로 상대에 대한 처단을 생각하는 건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닐 것이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