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월7일(현지시간) 필리핀 말라카냥 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50분 만에 진압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여론 악화와 경제 불안 확대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정치적으로 탄핵을 당한 것과 같은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윤 대통령이 정치적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도대체 왜 비상계엄이란 극단적인 통치 수단을 동원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정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연이은 탄핵, 김건희 여사 관련 등 각종 특검법 발의, 예산안 삭감 등 야당의 대여 공세가 '체제 전복' 기도이기 때문에 계엄이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요.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잇단 탄핵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김건희 방탄에 대한 광적 집착"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무리한 비상계엄 선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민주당의 탄핵 시도와 예산안 처리 등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45년 만에 비상계엄이란 극단적 조치를 취할 정도냐는 지적인데요. 정치권에선 반헌법적·반민주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이 더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자충수를 둔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진짜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을 두고 추측이 무성한데요.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과 예산안 감액입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언급한 대로 야당의 예산 처리와 잇단 탄핵 시도를 과도한 정치적 공세로 몰아 부당성을 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회에서 절대적인 의석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엄 선포라는 일종의 충격 요법을 통해 여론전을 벌인 것이란 의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단순 여론전이 아닌 '탄핵 방탄용' 긴급조치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돼 탄핵 심판이 이뤄질 경우 김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나 한남동 관저 이전 공사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막을 방어 수단으로 계엄을 활용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가결을 우려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법적 처벌을 막기 위해 계엄을 급작스럽게 밀어붙였다는 것인데요. 현 정부의 계엄 시도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장 큰 핵심적 동기는 김건희 여사가 감옥에 가기 싫어한다는 점"이라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헌정질서를 무너뜨려서라도 '김건희 특검'을 저지하겠다라는 광적 집착이 낳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지난달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소재 창원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태균부터 우발적까지…여 내부서도 "황당하다"
여기에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명태균 씨의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폭로 가능성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통화 등을 추가로 공개할 수 있고, 이 경우 국정 운영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비상계엄 선포를 선제적으로 꺼내들었다는 겁니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는 명 씨 구속기소 뒤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촉발한 '명태균 사태'를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는데요. 이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명 씨가 특검을 하자고 하는 건 사실상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라며 "그래서 이미 검찰 측이나 아니면 다른 주체에 그런 부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첩보를 혹시 윤 대통령이 입수하고, 이건 도저히 여기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버티지 못하겠구나, 이런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일부 참모들과만 소통하면서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결과물이란 해석도 나오는데요.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주도로 우발적으로 이 계획이 실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행정권에 대한 입법권의 견제가 과도하다는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다만 당내 다수는 "원인을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국민의힘의 한 지도부 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게 된 원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도 황당한 일이라 왜 그랬을까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