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시의 평화를 누리던 순간, 갑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어 가짜뉴스인가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웠는데요.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일상 속에서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고, 그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계엄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 비상사태에나 선포할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내가 보낸 오늘 하루가 그런 비상사태였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했습니다.
결국 단 6시간만에 해제된 이 무모하고 허술한 계엄령은 많은 의문을 남깁니다.
국가의 수장이 어째서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그 의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뤼셀 거버넌스 스쿨'의 한국 의장인 마론 파체코 파르도의 말을 인용하며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야당과 함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자 자신의 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큰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한국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거세게 몰아칠 것입니다.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와 혼란에 빠진 사회,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는 누가 책임질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입니까. 국민은 이제 묻기 시작할 겁니다.
이 모든 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국가의 수장이 진정으로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TV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