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재계는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불안을 야기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의 경우 반대로 경영권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고려아연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도입 시 다수의 이사를 뽑아 이사회를 새로 짜야 하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에 비해 소수 이사에 표를 집중할 수 있는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해지는 상황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기존 이사회가 경영진에 우호적이라 이와 비슷한 집중투표제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적어도 집중투표제가 행동주의펀드에만 유리하다는 논리는 고려아연 사례에서 역전됐습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2일 “집중투표제 도입 의안이 가결되고 이사진 수가 19인으로 제한되면 주요 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고려했을 때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1대 및 2대 주주에 한정되고, 기타 소수주주 측 이사 선임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집중투표 시 어느 주주가 이사 1인을 선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주식수를 도출하는 공식(주식회사법대계 2권, 502페이지, 한국상사법학회)에 대입하면 이같은 결론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공식대로면, 3% 지분을 가진 어느 소수주주가 1인을 집중투표제로 선임하려면 이사회가 40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그런데 최 회장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19인으로 이사 수를 제한합니다.
MBK측은 소수주주 보호 수단인 집중투표제를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 전용하려 한다는 점을 공식으로 강조합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목적에 소수주주 보호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만 보면, 경영진과 이사회를 견제함으로써 대리인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지목돼온 집중투표제가 회사 상황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 중 의결권 표를 몰아서 투표 가능합니다.
고려아연의 경우 기존 이사회 구성원이 경영권을 가진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선 기존 이사회 구성원보다 많은 과반을 새로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기존 이사회 구성원에서 한두명(MBK측보다 훨씬 적은)만 추가해도 새 이사회 구성의 과반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즉, 집중투표제 도입 시 새 이사 후보들에게 표가 분산되는 MBK 측과 달리 소수 후보에 집중할 수 있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가 용이해집니다.
현재 고려아연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먼저 정관을 고치는 동시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려 합니다.
이게 가능한지 법률 유권해석을 두고 사측과 MBK가 다투고 있습니다.
일단 집중투표제에 관한 정관 변경 건은 상법상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우호주주(한화, 현대차, LG화학 등)가 많은 최 회장 측이 가결시킬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엔 MBK와 사측이 각각 추천한 14인과 7인(회사 추천) 후보를 두고 표대결하게 됩니다.
회사 추천 이사 수가 적은 만큼 집중투표 시 표를 몰아줄 수 있습니다.
사측은 또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도록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올렸습니다.
기존 이사회 인원은 장형진 고문(영풍 회장)을 빼고 12명입니다.
19인 상한이 걸리면 6명만 새로 뽑을 수 있는데, 전부 MBK 측 후보가 뽑혀도 과반을 넘지 못합니다.
게다가 집중투표제에 따라 회사 추천 후보도 이사회에 섞이게 될 전망입니다.
MBK는 앞으로 수차례 주총을 통해 조금씩 이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쟁이 길어지면 회사는 물론 펀드에도 부정적입니다.
이에 MBK 측은 집중투표제가 최 회장의 시간끌기라고 주장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 고려아연 이사회에 장형진 고문이 있지만 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며 “올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이사가 다수 교체될 텐데, 그래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행 상법은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로써 대다수 상장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막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지적되자, 야당은 자산 2조원 이상 회사에 한해 정관 배제 규정을 삭제하도록 상법 개정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재계와 여당은 경영권 분쟁 소지가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newstomato.com | 이재영 기자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 도입 시 다수의 이사를 뽑아 이사회를 새로 짜야 하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에 비해 소수 이사에 표를 집중할 수 있는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해지는 상황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기존 이사회가 경영진에 우호적이라 이와 비슷한 집중투표제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적어도 집중투표제가 행동주의펀드에만 유리하다는 논리는 고려아연 사례에서 역전됐습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2일 “집중투표제 도입 의안이 가결되고 이사진 수가 19인으로 제한되면 주요 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고려했을 때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1대 및 2대 주주에 한정되고, 기타 소수주주 측 이사 선임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집중투표 시 어느 주주가 이사 1인을 선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주식수를 도출하는 공식(주식회사법대계 2권, 502페이지, 한국상사법학회)에 대입하면 이같은 결론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공식대로면, 3% 지분을 가진 어느 소수주주가 1인을 집중투표제로 선임하려면 이사회가 40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그런데 최 회장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19인으로 이사 수를 제한합니다.
MBK측은 소수주주 보호 수단인 집중투표제를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 전용하려 한다는 점을 공식으로 강조합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목적에 소수주주 보호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만 보면, 경영진과 이사회를 견제함으로써 대리인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지목돼온 집중투표제가 회사 상황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 중 의결권 표를 몰아서 투표 가능합니다.
고려아연의 경우 기존 이사회 구성원이 경영권을 가진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선 기존 이사회 구성원보다 많은 과반을 새로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기존 이사회 구성원에서 한두명(MBK측보다 훨씬 적은)만 추가해도 새 이사회 구성의 과반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즉, 집중투표제 도입 시 새 이사 후보들에게 표가 분산되는 MBK 측과 달리 소수 후보에 집중할 수 있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가 용이해집니다.
현재 고려아연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먼저 정관을 고치는 동시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려 합니다.
이게 가능한지 법률 유권해석을 두고 사측과 MBK가 다투고 있습니다.
일단 집중투표제에 관한 정관 변경 건은 상법상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우호주주(한화, 현대차, LG화학 등)가 많은 최 회장 측이 가결시킬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엔 MBK와 사측이 각각 추천한 14인과 7인(회사 추천) 후보를 두고 표대결하게 됩니다.
회사 추천 이사 수가 적은 만큼 집중투표 시 표를 몰아줄 수 있습니다.
사측은 또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도록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올렸습니다.
기존 이사회 인원은 장형진 고문(영풍 회장)을 빼고 12명입니다.
19인 상한이 걸리면 6명만 새로 뽑을 수 있는데, 전부 MBK 측 후보가 뽑혀도 과반을 넘지 못합니다.
게다가 집중투표제에 따라 회사 추천 후보도 이사회에 섞이게 될 전망입니다.
MBK는 앞으로 수차례 주총을 통해 조금씩 이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쟁이 길어지면 회사는 물론 펀드에도 부정적입니다.
이에 MBK 측은 집중투표제가 최 회장의 시간끌기라고 주장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현 고려아연 이사회에 장형진 고문이 있지만 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며 “올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이사가 다수 교체될 텐데, 그래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행 상법은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로써 대다수 상장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막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지적되자, 야당은 자산 2조원 이상 회사에 한해 정관 배제 규정을 삭제하도록 상법 개정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재계와 여당은 경영권 분쟁 소지가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