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선배~ 국장 호출인데요. 지금 좀 회사에 들어오실 수 있나요?”
퇴근을 앞둔 오후 5시, 기자실에서 다음날 먹고 살 기사 아이템을 찾는데 부장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날 왜 찾지?’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에 좋은 일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법. ‘총 맞는 거 아니야?’ 서늘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총 맞는다는 건 언론계 은어로 갑자기 큰 사건 취재에 차출돼 투입되거나 별도의 취재팀으로 파견가는 경우를 뜻합니다.
부장에게 넌지시 물으니 명태균 보도 관련인 거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오체투지로 회사에 기어들어 갔습니다.
챗GPT가 그려준 폭탄 제대로 맞은 남자 셋 이미지.
“명태균이 창원산단2.0 후보지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 자신의 지인들 명의로 후보지에 땅을 샀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창원산단 유치는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후보의 핵심공약으로 원래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는데 김영선이 당선된 뒤 일사천리로 후보지가 된 거지.”
국장의 표정은 심각했습니다.
함께 이 말을 듣고 있던 김충범, 배덕훈 기자의 표정도 심각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오늘부터 기존 명태균 TF와 별도로 TF를 가동한다.
오승훈 선임기자를 팀장으로 여기 3명이 창원산단을 판다.
창원산단 후보지 선정과정부터 대상지 토지거래 내역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
후보지 103만평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다 떼서 확인해야 한다.
” 국장은 단호했습니다.
‘103만평? 내가 잘 못 들은 거지? 13만평이겠지.’
제가 물었습니다.
“103만평이요?”
“응. 103만평.”
국장은 103만평을 자신의 아파트 평수 얘기하듯이 말했습니다.
땅 한 평도 없는데 103만평이라고? 1만평 등기부등본 떼는 것도 장난 아닐 텐데 103만평이라고? 국장을 제외한 저희 3명은 모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듯했습니다.
총을 제대로 맞은 3명의 불쌍한 영혼이 저 멀리 가출하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2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거래내역을 엑셀로 만들어 주면 제보자가 그중에 명태균 측근들을 특정해 주기로 했다.
보안이 생명이다.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
고생스럽겠지만 주말 없이 일해주길 바란다.
다음주 화요일까지, 늦어도 수요일까지 내게만 보고해줘.”
이 말을 할 때 국장은 미안한 표정이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면 사람을 더 붙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국장의 돌격대장 스타일을 알기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습니다.
국장은 진행 상황을 일일 보고해달라며 자리를 떴습니다.
(일일 보고할 게 있어야 할 텐데….)
이날은 지난 9월4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선정과정 취재는 차치하더라도 3일 동안 103만평 후보지의 등기부 등본을 다 떼서 그걸 다시 엑셀파일로 만들어야 한다니. 이 건 단순한 총이 아니라 핵폭탄을 맞은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셋은 폭탄 맞고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멍을 때렸습니다.
넋을 놓고만 있기엔 시간이 없었습니다.
우선 단체텔레방을 파서 창원산단 지정 관련 뉴스를 모았습니다.
몇 건의 기사검색 만으로도 경남 유일의 창원산단2.0 후보지 선정과정은 석연치 않아 보였습니다.
김영선의 당선 이후로 선정까지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았던 데다, 선정 이후인 올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차원에서 창원을 방문해 산단 지정에 힘을 실어줬고, 4월엔 총리도 창원을 찾아 산단이 조속히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뭔가 냄새가 났습니다.
정권의 핵폭탄급 뇌관으로 떠오른 명태균씨. (사진 페이스북 캡처)
각자 피폭 전 잡아놓은 저녁 약속을 미룰 수 없었던 터라, 다음날 아침 회사에서 본격적인 ‘삽질’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추가적인 사항은 텔레그램에서 공유하기로 하고 자리를 뜨는데 배덕훈씨가 말했습니다.
“오늘 술이 아주 달겠군요.”
삽 하나로 거대한 산을 옮겨야 하는 셋은 그저 허허롭게 웃었습니다.
같이 삽질을 할 두 명의 동료가 서글서글한 성정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날 밤, 제보받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만 된다면 경천동지할 뉴스가 될 거라는 기대와 함께, 그런데 과연 확인이 될까 하는 우려로 뒤척였습니다.
2년반이 되도록 아직도 납득이 안 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라는 비현실적인 현실에 몸서리치다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전 9시 회사에서 만난 우리 세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to be continued)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newstomato.com | 오승훈 기자
퇴근을 앞둔 오후 5시, 기자실에서 다음날 먹고 살 기사 아이템을 찾는데 부장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날 왜 찾지?’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에 좋은 일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법. ‘총 맞는 거 아니야?’ 서늘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총 맞는다는 건 언론계 은어로 갑자기 큰 사건 취재에 차출돼 투입되거나 별도의 취재팀으로 파견가는 경우를 뜻합니다.
부장에게 넌지시 물으니 명태균 보도 관련인 거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오체투지로 회사에 기어들어 갔습니다.
챗GPT가 그려준 폭탄 제대로 맞은 남자 셋 이미지.
“명태균이 창원산단2.0 후보지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 자신의 지인들 명의로 후보지에 땅을 샀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창원산단 유치는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후보의 핵심공약으로 원래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는데 김영선이 당선된 뒤 일사천리로 후보지가 된 거지.”
국장의 표정은 심각했습니다.
함께 이 말을 듣고 있던 김충범, 배덕훈 기자의 표정도 심각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오늘부터 기존 명태균 TF와 별도로 TF를 가동한다.
오승훈 선임기자를 팀장으로 여기 3명이 창원산단을 판다.
창원산단 후보지 선정과정부터 대상지 토지거래 내역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
후보지 103만평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다 떼서 확인해야 한다.
” 국장은 단호했습니다.
‘103만평? 내가 잘 못 들은 거지? 13만평이겠지.’
제가 물었습니다.
“103만평이요?”
“응. 103만평.”
국장은 103만평을 자신의 아파트 평수 얘기하듯이 말했습니다.
땅 한 평도 없는데 103만평이라고? 1만평 등기부등본 떼는 것도 장난 아닐 텐데 103만평이라고? 국장을 제외한 저희 3명은 모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듯했습니다.
총을 제대로 맞은 3명의 불쌍한 영혼이 저 멀리 가출하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2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거래내역을 엑셀로 만들어 주면 제보자가 그중에 명태균 측근들을 특정해 주기로 했다.
보안이 생명이다.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
고생스럽겠지만 주말 없이 일해주길 바란다.
다음주 화요일까지, 늦어도 수요일까지 내게만 보고해줘.”
이 말을 할 때 국장은 미안한 표정이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면 사람을 더 붙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국장의 돌격대장 스타일을 알기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습니다.
국장은 진행 상황을 일일 보고해달라며 자리를 떴습니다.
(일일 보고할 게 있어야 할 텐데….)
이날은 지난 9월4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선정과정 취재는 차치하더라도 3일 동안 103만평 후보지의 등기부 등본을 다 떼서 그걸 다시 엑셀파일로 만들어야 한다니. 이 건 단순한 총이 아니라 핵폭탄을 맞은 상황이었습니다.
남은 셋은 폭탄 맞고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멍을 때렸습니다.
넋을 놓고만 있기엔 시간이 없었습니다.
우선 단체텔레방을 파서 창원산단 지정 관련 뉴스를 모았습니다.
몇 건의 기사검색 만으로도 경남 유일의 창원산단2.0 후보지 선정과정은 석연치 않아 보였습니다.
김영선의 당선 이후로 선정까지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았던 데다, 선정 이후인 올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차원에서 창원을 방문해 산단 지정에 힘을 실어줬고, 4월엔 총리도 창원을 찾아 산단이 조속히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뭔가 냄새가 났습니다.
정권의 핵폭탄급 뇌관으로 떠오른 명태균씨. (사진 페이스북 캡처)
각자 피폭 전 잡아놓은 저녁 약속을 미룰 수 없었던 터라, 다음날 아침 회사에서 본격적인 ‘삽질’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추가적인 사항은 텔레그램에서 공유하기로 하고 자리를 뜨는데 배덕훈씨가 말했습니다.
“오늘 술이 아주 달겠군요.”
삽 하나로 거대한 산을 옮겨야 하는 셋은 그저 허허롭게 웃었습니다.
같이 삽질을 할 두 명의 동료가 서글서글한 성정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날 밤, 제보받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만 된다면 경천동지할 뉴스가 될 거라는 기대와 함께, 그런데 과연 확인이 될까 하는 우려로 뒤척였습니다.
2년반이 되도록 아직도 납득이 안 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라는 비현실적인 현실에 몸서리치다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전 9시 회사에서 만난 우리 세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to be continued)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