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이 본격화한 가운데 유통업황도 빠르게 침체되고 있습니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기조 고착화로 우리 유통시장은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며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던 실정이었는데요.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이커머스와 식품업황까지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부담 가중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과거 탄핵 사례를 미뤄볼 때 유통업계 고난의 행군은 최소 반년에서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유통업계 침체, 최소 반년 관측
일단 이번 정국 리스크와 관계없이 유통업의 침체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견해입니다.
탄핵이 가결된다 해도 이에 따른 혼란 수습 및 사태 정상화까지 시일이 상당히 소요되는 만큼, 유통을 비롯한 산업 전반이 이 같은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입니다.
12일 전문가들은 유통 업계의 침체가 최소 반년은 지속되고 상황에 따라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국내 산업은 유통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형국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은 흐름에 정국 리스크까지 더해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 해도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또 임기 단축 개헌 역시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떠한 선택이든 이미 최소 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부하 역시 비례해,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이달 초 계엄 사태가 시작한 이후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효과가 누적되고 있다"며 "탄핵 이슈가 조속히 마무리되면 업계도 바닥을 다질 수 있겠지만 회복에 따른 시일 소요는 불가피하다.
또 탄핵 문제가 장기화한다면 유통업계의 반등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미 국내 유통시장의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인 만큼, 이번 탄핵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경기 회복 역시 어려울 전망입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번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망치가 80으로 집계됐는데요.
RBSI가 100 이상일 경우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입니다.
올해 RBSI는 1분기 79에서 2분기 85로 반등한 이후 3분기 82, 4분기 80으로 낮아지는 추세인데요. 최근 정국 이슈에 따른 불투명성까지 더해지면서 소매 유통 업계의 체감 경기는 앞으로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투명 요인 산적…방어적 자세 견지 필요
유통업계의 정상화 회복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업체 입장에서는 일단 내실 경영에 나서며 버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정국 시기를 참고하면서도, 조금 더 방어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분석인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이어진 약 6개월 동안 100을 밑돌다 2017년 3월 탄핵 인용 선고 이후 다음 달인 4월이 돼서야 101.8로 100선을 회복한 바 있습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8년 전 탄핵 정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당시에는 이 정도로 내수가 위축되지 않았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도 건재했다"며 "하지만 최근 수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통가의 기초 체력은 이미 바닥났고, 이미 업계 무게 추도 이커머스로 쏠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버티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가 정상화 시기를 논하기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요인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향후 5년까지 언급할 만큼 시계가 극심하게 어둡다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 업체들은 내실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
고금리, 저성장 시대에 유통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 해도 금리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탄핵 이슈로 내수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기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 상황에서 탄핵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소비 심리가 당장 회복되기란 쉽지 않다"며 "두 번째 탄핵 상황인데,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경제 및 유통 업황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연말 모임 등을 독려하고, 지자체 예산이라도 조기 집행해 소비 활성화를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