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단 사내 게시물 전문.(사진=한미그룹 제공)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창립 51년 역사를 지닌 국내 대표 제약명가 한미약품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오는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대주주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 측의 세력 대결이 계열사 대표들과 소액주주 연대의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1년 가까이 이어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주주와 경영진까지 특정 진영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돼 볼썽사나운 편 가르기 모양새로 확전되고 있습니다.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단은 한미약품의 독립경영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한미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대표들이 형제 진영에 힘을 실어줬는데요.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이사, 이동환 제이브이엠 대표이사,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 사업 부문 부사장 등 한미약품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대표는 한미그룹 사내망에 공동성명을 내고 "대주주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소위 3자 연합을 결성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겨냥해 "제약바이오 산업에 문외한인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며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공식 입장문을 내며 계열사 임원들의 공동 성명을 비판했습니다.
박재현 대표는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 이번 한미사이언스의 일부 계열사 대표들의 성명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의 중단을 위해 사모펀드 등 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는데요.
난타전으로 쏟아지는 이들의 발언들을 지켜보자니 마치 '아무 말 대잔치' 같습니다.
이들이 서로를 '제약 바이오에 문외한' 또는 '오너 독재 경영 폐해'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인데요.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근거와 말들이 본인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데도 본인들은 떳떳하다는 태도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계속되는 양측의 공방으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한때 국내 신약 개발의 선두에 있던 본업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쟁은 시간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죠. 내홍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제약사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기임에도 본인들의 사익 챙기기에 급급해 온갖 명분 싸움을 벌이는 행태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