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증시 부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세를 이어가는 주식종목들이 있습니다.
경기 부침과 상관없이 좋은 실적을 기록 중인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매출과 이익 등 기본에 충실한 종목 찾기가 중요하단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서 금융시장과 증시는 큰 고비를 넘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이번 주 첫날 잠깐 2500선을 탈환했던 코스피는 다시 2460대까지 밀려났고 원달러환율은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증시가 계엄 사태와 탄핵이란 단기 변수 너머에 있는 저성장과 트럼프 리스크를 선반영하고 있는 탓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하반기 꾸준히 상승한 종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코스피가 7월 중 고점을 찍고 8월부터 본격 약세로 전환한 뒤에도 시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20% 이상 상승률을 기록 중인 종목들입니다.
외국서 돈 버는데 국내 경기가 무슨 상관
특히 코스피 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종목들 중 NAVER(035420), HD현대일렉트릭(267260), 효성중공업(298040), 동서(02696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동원산업(006040), DI동일(001530) 등은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월 마감가 기준으로 한 번도 하락하지 않고 올랐습니다.
그동안 주식시장이 많은 이슈로 부침을 겪은 와중에도 각자의 행보를 이어간 것이어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이중 HD현대중공업(329180)이나 현대미포조선(010620)은 조선업 호황을 함께 누리고 있는 경우입니다.
국내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들에게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닙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잠시 벗어난 사이에도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올해엔 원달러환율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그 수혜를 더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어느 정도 환헤지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액 방어하는 것은 아니어서 환율이 오를수록 매출과 이익 증가에 도움이 됩니다.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에 친화적이라는 점도 조선업체들에겐 긍정적입니다.
원유·가스 수송, 해상시추 등과 관련해 일감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작년부터 이어진 북미지역 전력기기 호황의 영향 아래 있는 경우입니다.
이들은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인데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과 그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는 중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캐나다 등이 전력 인프라 투자를 계속 진행한 덕분에 지난 3분기 북미매출에서 창사 이래 최고 기록(2849억원)을 썼습니다.
2030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고 합니다.
효성중공업도 올해 6월에 미국 멤피스에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을 완료해 수요가 넘칠 때 공급을 2배로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올해 북미 전력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1585억달러이며, 2032년엔 2528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미국 등의 투자 및 수요 증가로 돈을 버는 기업이 국내 경기침체에 큰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지배구조개편 좌절에도 실적·주가는 ‘쑥쑥’
이들이 업황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 개별적인 호재로 상승을 구가하는 종목도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한 고려아연(010130)을 제외할 경우 9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인 두산(000150) 역시 두산만의 호재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두산은 최근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분할합병이 논란 끝에 무산됐음에도, 그와 상관없이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소재 덕분에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산은 이달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반도체 ‘블랙웰’ 모델용 동박적층판(CCL)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두산이 엔비디아에 CCL을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CL은 수지, 유리섬유, 충진재, 기타 화학물질로 구성된 절연층에 동박을 쌓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소재로 두산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이 좌절된 것과 실적을 올리는 것은 별개의 일이며 주가는 실적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맥심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모회사 동서는 원두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중입니다.
전 세계에서 커피 원두 생산량 1위 국가 브라질이 장기간의 가뭄을 겪으며 원두가격이 크게 올랐는데요. 아라비카 원두가격이 올해에만 80% 이상 급등한 상태입니다.
원두를 수입하는 기업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걸 판매가격 인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주가엔 도움이 됩니다.
국제유가가 강세일 때 정유사 주가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동서의 자회사 동서식품은 지난달 맥심, 카누 등 인스턴트커피와 커피믹스 등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습니다.
원두가격 상승이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동서식품의 판매가 인상 기대감이 있었고, 실제 가격 인상 전부터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NAVER의 경우 3분기에 검색과 광고,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등 대부분의 사업영역에서 성장을 보여준 덕분에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 나홀로 강세를 유지했습니다.
마케팅을 늘리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는데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이처럼 실적만 받쳐준다면 증시가 어려워도 주가는 ‘마이웨이’를 갈 수 있습니다.
투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시장이 어려울수록 기업들의 실적에 집중하라”고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