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를 앞두고 윤석열씨 측 핵심 주장은 “비상계엄 조치가 통치행위”였다는 겁니다.
계엄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석동현 변호사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런 논리로 윤씨를 적극 변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 변호사는 윤씨의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논리는 헌재에서 윤씨 측의 주요 논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통치행위에 대한 헌재·대법원의 주요 판례들을 살펴보면, 통치행위라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게 사법부의 분명한 입장입니다.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 나선 윤석열씨. (사진=뉴시스)
윤씨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입장에선 법률적 개념으로서의 내란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전권을 가진 사람이 전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키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2시간반 만에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됐습니다.
이후 윤씨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대상이 됐습니다.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무력화를 획책, 내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윤씨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와 탄핵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윤씨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석 변호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도 윤씨의 담화 내용을 옹호하며 “법리나 판례상 계엄의 전제상황이 되는 국가비상사태의 판단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그냥 국가비상사태라고 보았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헌재 판례는 이와 다릅니다.
헌재는 1996년 2월 금융실명제 사건에서 최초로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범위를 판단했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긴급재정경제명령 등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한 사건입니다.
헌재는 “이른바 통치행위를 포함해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헌재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통치행위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심판대상이라는 취지입니다.
2004년 10월 행정수도 이전 사건, 201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배상청구 사건 등에서도 헌재는 이 판례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2004년 4월 이라크 파견결정 사건에서 헌재는 통치행위를 인정해 각하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파견결정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켜 이뤄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통치행위를 존중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통치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기본권 침해와 관련되면 사법심사라는 게 헌재의 확고판 판례”라며 “윤씨는 포고령 등을 통해 기본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치행위라도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이번 비상계엄의 경우 법적 절차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윤상현 의원 등은 2004년 3월 대법원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대북송금 사건’ 판례를 근거로 윤씨를 적극 비호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대중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에 비밀송금을 한 사건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해 이른바 통치행위라 해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해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다”면서 “그러나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한다고 해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 사건 판례에서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나아가 우리나라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부정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화 이후 통치행위도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방향으로 판례 변화가 있었다”며 “이번 비상계엄의 경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이 명백하기 때문에 탄핵 인용은 물론 내란죄도 인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newstomato.com | 강석영 기자
계엄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석동현 변호사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런 논리로 윤씨를 적극 변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 변호사는 윤씨의 탄핵심판 변호인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논리는 헌재에서 윤씨 측의 주요 논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통치행위에 대한 헌재·대법원의 주요 판례들을 살펴보면, 통치행위라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게 사법부의 분명한 입장입니다.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 나선 윤석열씨. (사진=뉴시스)
윤씨 변호인단 구성을 돕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입장에선 법률적 개념으로서의 내란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전권을 가진 사람이 전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키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2시간반 만에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됐습니다.
이후 윤씨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대상이 됐습니다.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 무력화를 획책, 내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윤씨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와 탄핵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윤씨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석 변호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도 윤씨의 담화 내용을 옹호하며 “법리나 판례상 계엄의 전제상황이 되는 국가비상사태의 판단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이 그냥 국가비상사태라고 보았겠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헌재 판례는 이와 다릅니다.
헌재는 1996년 2월 금융실명제 사건에서 최초로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범위를 판단했습니다.
김영삼 정부의 긴급재정경제명령 등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한 사건입니다.
헌재는 “이른바 통치행위를 포함해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헌재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통치행위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심판대상이라는 취지입니다.
2004년 10월 행정수도 이전 사건, 201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배상청구 사건 등에서도 헌재는 이 판례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2004년 4월 이라크 파견결정 사건에서 헌재는 통치행위를 인정해 각하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파견결정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켜 이뤄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통치행위를 존중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통치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기본권 침해와 관련되면 사법심사라는 게 헌재의 확고판 판례”라며 “윤씨는 포고령 등을 통해 기본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치행위라도 법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이번 비상계엄의 경우 법적 절차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윤상현 의원 등은 2004년 3월 대법원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대북송금 사건’ 판례를 근거로 윤씨를 적극 비호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대중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에 비밀송금을 한 사건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해 이른바 통치행위라 해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해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다”면서 “그러나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한다고 해도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해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 사건 판례에서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나아가 우리나라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부정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화 이후 통치행위도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방향으로 판례 변화가 있었다”며 “이번 비상계엄의 경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이 명백하기 때문에 탄핵 인용은 물론 내란죄도 인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