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그 자체로 설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인 선물 때문에 신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선물이 꼭 새로운 전자제품일 필요가 있을까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를 보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열광이 온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괴물들의 포효처럼 느끼게 됩니다.
해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유튜버는 소비를 자극합니다.
옷도 신발도 마찬가지죠. 이걸 본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사야만 낫는다는 '아이패드 병'을 고치고, 수십만원짜리 옷도 사게 됩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웹사이트)
우린 굳이 새 제품을 살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신제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옷이든 전자제품이든, 제조사들은 물건이 제때 망가지거나 금방 질리게 만드는 '계획된 진부화' 전략을 쓰기 때문이지요. 소비자는 일 년에 한 번씩 아이폰과 갤럭시 신제품을 보며 지금 쓰는 전화기에서 진부함을 느끼게 됩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엔 상·하반기로 나뉘던 시즌이 사계절에서 월 단위로 점차 쪼개졌습니다.
스포츠 용품 회사는 새로운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서, 구단 팬이라면 당연히 사야 할 옷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팔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죠. 재활용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요.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전문가는 대형 마트에 진열된 플라스틱 재활용 표기들이 기업들의 거짓말이라고 비난합니다.
실상은 전체 플라스틱의 10%만이 재활용된다는데요. 해마다 4억t이 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쏟아지고, 전자 폐기물은 5000만t이 배출됩니다.
한 운동가는 수거된 전자 폐기물이 어디로 모이는지 추적해봤는데요. 깨끗히 분해돼 재활용될 줄 알았던 폐기물들은 결국 후진국의 가난한 동네에 모이게 됩니다.
이곳에 쌓인 전자기판에는 카드뮴과 납, 수은 등 중금속이 함유돼 있습니다.
여기에 브롬화난연제까지 쓰이는데, 이는 암과 생식장애를 비롯해,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쯤 되면 전자제품 폐기물은 그냥 쓰레기가 아닌 '유해 폐기물'인 거죠.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돈 되는 부품을 떼기 위해 불에 기판을 굽고 그 연기를 들이마십니다.
그럼에도 전자제품은 배터리 일체형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보증 기간이 끝난 제품의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지요.
옷과 신발도 지구를 병들게 합니다.
의류업체들은 후진국에 대한 기부 활동으로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고 있는데요. 문제는 기부의 규모가 너무 커서, 기부받은 나라가 쓰레기장이 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가나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곳 인구는 2022년 기준으로 약 3240만 명인데요. 다큐멘터리 카메라에 잡힌 이 나라 해안은 갭, H&M 등이 찍혀있는 옷과 신발 쓰레기로 가득 찼습니다.
매주 선진국에서 '기부'한 옷 1500만 벌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건 기부를 빙자한 쓰레기 투척입니다.
이미 우리가 입고 있는 옷도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폴리에스테르 옷을 한 번 세탁기로 빨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방출돼, 결국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됩니다.
자주 사고 많이 버리는 게 진보된 문명의 참모습일까요? 아닙니다.
전자제품을 수리할 권리를 위해 '아이 픽스 잇'을 세운 카일 원스는 다큐멘터리 말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건, 경험과 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건도 뭐 도움은 되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삶의 목적이 아니에요. 많이 갖고 죽는다고 이기는 게 아닙니다.
"
하지만 어쩌면 좋을까요. 사람들을 신제품에 열광케 하고 수많은 구형 제품을 쓰레기로 만들어야 법인과 주주, 노동자가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쓰레기 양산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세계 경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막막합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주주로서, 이들 기업이 진정으로 '제품 생산 이후'를 책임질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