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연말 인사가 임박해지고 있습니다.
재계에선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있을 연말 인사 폭과 조직 개편 규모가 예년보다 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취임 2주년을 넘긴 이재용 회장이 내놓을 쇄신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는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등을 실시하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일주일 가량 빠른 11월 말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반도체 사업 부진과 조직 내 기강 잡기 등 특단의 조치를 위해 올해도 조기 인사를 진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이는 삼성전자가 처한 현재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실적 부진과 경쟁력 약화 등 삼성이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의 6조45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4조원대 안팎으로 시장에선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장 확대 등에 미리 준비하지 못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치며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삼성전자는 HBM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주력 중이지만, AI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초격차 경쟁력 강화와 문책성 인사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지난해에는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하는 수준의 소폭 인사에 머문 바 있습니다.
사장 승진 역시 2명에 그치는 인사로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지난 5월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면서 조직에 충격파를 던지는 강수를 뒀습니다.
삼성이 과거에도 '충격 요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전례를 보면 올해도 인적 쇄신이라는 칼바람으로 쇄신을 도모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장급의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임원 승진 규모나 전체 임원 숫자도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앞서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HBM 개발팀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재배치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수장인 전 부회장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낸데다 R&D 인력과 생산 현장 간 소통 부족 등이 경쟁력 약화로 꼽히면서 내린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의 폭이 전례없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 부회장이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반성문을 통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언급했단 점에서 DS 부문 사업부장 교체 등의 가능성도 흘러나옵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2020년 말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2021년 말에 선임됐습니다.
원가 절감에만 치우쳐 기술 혁신을 놓쳤다는 지적과 함께 조직 간 책임 떠넘기, 원활치 않은 소통 문화 등이 지적되면서 인적 쇄신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조직에 대대적인 혁신을 언급한 상황에서 중폭 이상의 인적 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조직 내 보신주의가 만연한 상황이다.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인적 쇄신은 필수"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는 회장, 부회장, 사장 직급의 25명 중 '후선업무' 담당이 무려 36%"라며 "비대해진 관리 조직, 대관 업무, 홍보 등은 기술에 전념하는 IT 기업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재계 일각에선 다음달 1일 삼성전자 창립 55주년을 맞아 최고 경영진의 추가 메시지나 깜짝 인사 및 조직 개편 등이 실시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취임 2주년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면서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및 반도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회장은 주말인 지난 27일 별도의 수행원 없이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찾았습니다.
이를 두고 차량용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이 회장이 완성차 업체 수장들과의 회동을 통해 협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앞서 이 회장은 2022년 12월에는 방한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만나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2017년에는 9조원을 투자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선 전장 확장을 위해 삼성SDI나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인사에도 신경을 쓰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