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배달 플랫폼 입점 업주들의 수수료 부담 완화를 논의하기 위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합의가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데드라인’으로 제시됐던 11차 회의에서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요. 오는 11일까지 배달 플랫폼들에게서 상생 방안을 새로 제시받기로 했지만, 타결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배달 오토바이 (사진=뉴스토마토)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날 진행한 상생협의체 11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수수료 관련된 문제로, 수수료 부담 완화가 사실은 이번 상생협의체의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어제까지는 수수료 문제는 합의되지 못했고 여전히 입점업체와 배달 플랫폼의 상생안이 차이가 많았다”라며 “입점업체가 요구하는 5% 수준을 맞추기에는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배달 플랫폼에게는 좀 더 상생 의지를 보여달라 요청을 드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진행된 11차 회의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 원칙에 부합하는 상생 방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배민은 현행 9.8%의 수수료를 거래액을 기준으로 3구간으로 나눠 2~7.8%로 낮추는 ‘차등 수수료’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현행 1900~2900원 수준인 배달비도 거래액에 따라 1900~3400원까지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배민은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상생 방안에 참여하는 것이 전제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또한 배민은 전통시장 일부 지역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쿠팡이츠도 ‘차등 수수료’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배달비를 2900원으로 고정하고 거래액을 6개 구간으로 나눠 2~9.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냈습니다.

특히 거래액 상위 50%에는 ‘할증 비용(1.5㎞ 초과시 100m당 100원, 악천후 시 할증 약 1000원)’을 추가 부담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공익위원들은 배민의 제안에 대해서는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 점, 타사의 상생방안 시행 여부를 조건으로 건 점을 아쉬운 점으로 평가했는데요. 쿠팡이츠에 대해서는 수수료율 인하 수준이 낮고 중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다는 점에서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공익위원들은 중개수수료의 인하가 배달비, 광고비 등 다른 부담 항목으로 풍선효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는데요. 양사의 제안 모두 상생협의체의 출범 취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오는 11일까지 쿠팡이츠에는 중재 원칙에 가까운 수준의 상생방안을 새로이 제시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배민에는 현재의 상생방안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공익위원의 중재 원칙은 △중개 수수료율은 평균 6.8%를 넘지 않도록 할 것 △가게 매출 하위 20%에 대해서는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 △최고 중개수수료율은 현 수준(9.8%)보다 낮은 수준 적용 등입니다.

또한 공익위원은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현 수준인 정액제를 유지하고, 배달비는 실제 일정액을 자영업자가 부담하고 있기에 소비자 대상으로 ‘무료배달’ 용어를 사용한 홍보를 중단할 것 등도 원칙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23일 첫 회의부터 100여일 간 11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에 도출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배달 플랫폼이 가져올 상생 방안 역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위원장은 “11일에 (배달 플랫폼들이) 상생안을 가져와서 공익위원들이 볼 때 상생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되면 회의를 개최해서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며 “만약에 결렬됐을 경우 나머지 쟁점에 대한 합의 부분들은 시행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11일에 플랫폼 쪽에서 충분한 상생안이 제출되지 않는다면 어제까지의 회의 결과가 사실 마지막 회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상생협의체는 수수료 문제를 제외한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 항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운영 방침 변경), 배달라이더 위치정보 공유 등 3가지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상생안을 도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배민 측은 “당사는 상생협의체 대화를 통해 차등 수수료 제안부터 기본 수수료 인하까지 상생안을 성실히 제출하고 협의해 왔으며 마지막까지 협의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며 “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운영 방침 변경 등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쿠팡이츠는 "기본 수수료 인하 및 차등 수수료 제안 등 상생안을 성실히 제출하고 협의해 왔으며, 남은 상생협의체 논의에 끝까지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