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어려움이나 취업 실패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은둔고립 청년이 5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대인관계 어려움이나 취업 실패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은둔고립' 청년이 5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 취급했던 은둔고립 문제는 부족한 일자리와 일자리의 양극화, 낮아진 결혼과 출생률 등 많은 통계가 보여주듯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냥 쉬는' 청년 세대…연간 '7조' 손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통계청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인구는 약 54만명(19~34세 인구의 5%)으로 추정됐습니다.
방이나 집 등 제한된 공간에 머물며 은둔하는 청년들도 포함된 숫자입니다.
문제는 은둔하는 청년들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은둔고립으로 시간을 보내는 청년이 증가하다 보니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32.1%가 우울 위험군에 속했습니다.
10명 중 3명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 상태에 있다는 것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22.9%)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이처럼 은둔 청년이 늘어나면서 '쉬었음 청년' 또는 자발적 실업을 택하는 청년도 늘고 있습니다.
흔히 '쉬었음 청년'은 일하거나 재학 중이 아니면서 진학·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닌 이들을 일컫는데요. 통계청이 지난 9월에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쉬었다'고 답한 청년(15~29세)은 46만명인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6000명 늘었고, 전월보다 1만7000명이 많은 수입니다.
청년들의 은둔과 고립은 우리 사회의 불건강성을 드러내는 지표로 보여집니다.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소수의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청년재단이 발표한 '청년 고립의 사회적 비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청년 고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747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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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예산·인력' 부족
은둔고립 청년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1인 가구의 증가, 일자리 부족 등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이한 세대가 바로 청년이기 때문입니다.
약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이 증가했고 그 결과 사회적 관계 단절을 경험한 이들이 증가했습니다.
결국 정부를 비롯한 사회관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는데요.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예산도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은둔고립 청년 관련 지원사업은 흩어져있거나, 지자체별로 별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수준인데요. 그마저도 일부는 서비스 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전담 조직이나 인력의 부재,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일부 대학을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나, 기술창업이나 혁신형 창업이 아닌 단기간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지원에 쏠려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투자한 것은 일정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연구 지원보단 '청년 시장'과 같은 자영업 양성이 더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 교수는 "청년 다수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추세인데, 이는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건강한 고용시장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이동이 자유롭지만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그렇지 않아서 대기업을 들어가야 대우 받는다고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대기업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도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