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소속 노동자들의 민주노총 가입을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김주남 전 롯데면세점 대표가 항소심에서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결과가 뒤집혔다는 말이 나올 만큼의 감형입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이례적으로 '개입'과 '지배'를 분리, '감형을 위한 감형'을 해줬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롯데면세점 모습. (사진=뉴시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조정래)가 심리한 김 전 대표 등 롯데면세점 노무업무 담당 임직원 5명의 2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원심에서 노조법 위반 유죄로 인정됐던 김 전 대표 혐의 일부가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1심 판결문과 2심 판결문을 가지고 비교해 보니 2심 재판부는 “노조 운영 등에 관한 ‘개입’ 정도이고,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주남 전 대표 등 5명, 노조법 위반 혐의 기소
우선 노조법 위반과 관련해 김 전 대표 등 5명이 받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민주노총 방해 발언과 부당전보 혐의입니다.
사측 임직원들은 2018년 4월 기업별 노조였던 롯데면세점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하는 걸 방해했습니다.
“민주노총 가면 아무런 혜택도 안 줄 것”,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가입을) 통과시킨다고 손든 대의원을 내 손으로 잘라야 한다”, “민주노총 가입시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다” 등의 발언을 한 겁니다.
검찰은 김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활발한 의사소통 아래 해당 발언들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울러 같은해 8월 현장직으로 일했던 대의원들을 본사 사무직으로 발령하는 등 부당전보한 혐의도 있습니다.
롯데면세점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입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표 등의 노조법 위반 혐의 활동으로 인해 노조는 한 달도 안 돼 와해되고 새 노조가 생겼습니다.
현재 서비스연맹 롯데면세점지회에는 김금주 지회장을 비롯해 2명만 남아있습니다.
사측이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한 탓에 노조가 와해됐다는 게 김 지회장 주장입니다.
1심, 혐의 모두 인정 …2심, '가입 방해'만 인정
지난해 1월30일 1심 재판부는 두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롯데면세점 노동자들이)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거나 못 하도록 하는 내용임이 매우 명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당전보 관련해서도 근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한 점, 인사평가가 급격히 낮아진 점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이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 재판부도 김 전 대표 등의 민주노총 가입 방해 혐의는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사측의 부정적 태도를 명백히 했다”며 “동시에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해 노조 활동 위축시킴으로써 노조 운영이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김금주 지회장에게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확답해달라”고 말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상급단체 가입에 관해 신중해달라는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
아울러 부당전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지배·개입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전보발령 당시 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을 완료한 뒤였고, 간부들이 노조를 탈퇴한 이후이므로, 노조 운영에 관한 지배·개입의 일환으로 행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양형 이유에 대해선 “김 전 대표 등의 회유·종용 발언에도 민주노총 가입이 의결돼 해당 발언들이 결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차원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철저히 조직되고 기획된 범행이라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있어, 해당 발언들은 노동자의 노조 운영 등에 관한 ‘개입’ 정도이고, 노조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조 "이런 식이면 누가 부당노동으로 처벌받나"
노조는 2심 판결에 반발했습니다.
김 지회장은 “부당전보를 이유로 산재를 인정받은 조합원도 있다”며 “사측 입장에선 노조도 와해하고 처벌도 피하는 일석이조 아닌가. 이런 식이면 누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지회장을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양형을 낮추기 위한 명분으로서 개입 정도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개입과 지배를 분리해 판단한 이례적 판단이란 비판이라고도 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상급단체 가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비록 그 수단이 발언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명확하게 재확인했다.
특히 사측 발언의 결과로 실제 민주노총 가입이 무산되지 않았더라도 발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의의가 있다”며 “다만 회사 인사상무가 상급단체 가입에 관해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했다고 본 부분은 그 지위를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newstomato.com | 강석영 기자
재판 결과가 뒤집혔다는 말이 나올 만큼의 감형입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이례적으로 '개입'과 '지배'를 분리, '감형을 위한 감형'을 해줬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롯데면세점 모습. (사진=뉴시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조정래)가 심리한 김 전 대표 등 롯데면세점 노무업무 담당 임직원 5명의 2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원심에서 노조법 위반 유죄로 인정됐던 김 전 대표 혐의 일부가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1심 판결문과 2심 판결문을 가지고 비교해 보니 2심 재판부는 “노조 운영 등에 관한 ‘개입’ 정도이고,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주남 전 대표 등 5명, 노조법 위반 혐의 기소
우선 노조법 위반과 관련해 김 전 대표 등 5명이 받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민주노총 방해 발언과 부당전보 혐의입니다.
사측 임직원들은 2018년 4월 기업별 노조였던 롯데면세점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하는 걸 방해했습니다.
“민주노총 가면 아무런 혜택도 안 줄 것”,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가입을) 통과시킨다고 손든 대의원을 내 손으로 잘라야 한다”, “민주노총 가입시 아무도 책임져줄 수 없다” 등의 발언을 한 겁니다.
검찰은 김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활발한 의사소통 아래 해당 발언들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울러 같은해 8월 현장직으로 일했던 대의원들을 본사 사무직으로 발령하는 등 부당전보한 혐의도 있습니다.
롯데면세점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가입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대표 등의 노조법 위반 혐의 활동으로 인해 노조는 한 달도 안 돼 와해되고 새 노조가 생겼습니다.
현재 서비스연맹 롯데면세점지회에는 김금주 지회장을 비롯해 2명만 남아있습니다.
사측이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한 탓에 노조가 와해됐다는 게 김 지회장 주장입니다.
1심, 혐의 모두 인정 …2심, '가입 방해'만 인정
지난해 1월30일 1심 재판부는 두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롯데면세점 노동자들이)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거나 못 하도록 하는 내용임이 매우 명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당전보 관련해서도 근무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한 점, 인사평가가 급격히 낮아진 점 등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이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 재판부도 김 전 대표 등의 민주노총 가입 방해 혐의는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사측의 부정적 태도를 명백히 했다”며 “동시에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해 노조 활동 위축시킴으로써 노조 운영이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김금주 지회장에게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확답해달라”고 말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상급단체 가입에 관해 신중해달라는 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
아울러 부당전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지배·개입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전보발령 당시 노조가 민주노총 가입을 완료한 뒤였고, 간부들이 노조를 탈퇴한 이후이므로, 노조 운영에 관한 지배·개입의 일환으로 행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양형 이유에 대해선 “김 전 대표 등의 회유·종용 발언에도 민주노총 가입이 의결돼 해당 발언들이 결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차원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철저히 조직되고 기획된 범행이라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있어, 해당 발언들은 노동자의 노조 운영 등에 관한 ‘개입’ 정도이고, 노조의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조 "이런 식이면 누가 부당노동으로 처벌받나"
노조는 2심 판결에 반발했습니다.
김 지회장은 “부당전보를 이유로 산재를 인정받은 조합원도 있다”며 “사측 입장에선 노조도 와해하고 처벌도 피하는 일석이조 아닌가. 이런 식이면 누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지회장을 대리한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양형을 낮추기 위한 명분으로서 개입 정도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개입과 지배를 분리해 판단한 이례적 판단이란 비판이라고도 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상급단체 가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비록 그 수단이 발언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명확하게 재확인했다.
특히 사측 발언의 결과로 실제 민주노총 가입이 무산되지 않았더라도 발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의의가 있다”며 “다만 회사 인사상무가 상급단체 가입에 관해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했다고 본 부분은 그 지위를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