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전례 없는 6시간 만의 비상계엄으로 유통가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계엄령 해제로 유통시설 운영과 배송 등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내수 시장 위축으로 유통업계 전반이 고난의 시기를 견디는 가운데 고환율 리스크에 국가 신인도 하락 우려까지 한동안 파장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여파는 증시입니다.
3일(현지시간) 뉴욕주식시장에 상장된 한국 기업들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는데요. 쿠팡 주가는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장중 9.8%까지 낙폭을 키웠다가 전장 대비 3.74% 하락한 23.9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예정된 일정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진행되는 신선 농산물 입점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이날 교촌에프앤비는 경북 영양에 위치한 전통 양조장 '발효공방1991'에서 기자간담회를 계획했지만 계엄령 선포 이후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간밤의 계엄령에도 통행금지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유통업계 큰 피해는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사업 추진에 있어 악영향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이번 계엄령 사태로 정국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내수 침체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핵 정국에 돌입할 시 각종 법안 처리와 정책 추진이 더뎌질 수 있는 데다 각 분야 노동조합이 파업 투쟁에 나설 경우 산업 마비가 예상됩니다.
국가 신인도 하락에 따른 수출 제동 관측도 나옵니다.
해외 진출에 활발히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시점에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은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죠. 유통업계의 경우 면세·식품 분야 등 대내외 정세에 민감한 업체들이 많아 부정적 전망을 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유통업계 '한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면세업계는 계엄령 후폭풍으로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입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비상계엄 충격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면세업계는 해외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 한국 여행주의보를 발령한 만큼 고객 유치 마케팅은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식품업계는 K푸드 수출 확장세 저해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쌓여 지금의 K푸드 인기가 실현됐다.
계엄령 사태로 인해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토로했습니다.
고환율과 소비 위축 문제도 짚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만드는 식품 원료 대부분이 수입산이라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료 가격 상승세에 고환율 지속으로 원가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며 "내수 침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먹거리 소비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소재 한 유통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각종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비 부진이라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종 할인 행사와 집객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는 마트·백화점 등 유통시설의 경우 연말 대목에 일어난 계엄령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비상계엄 사태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한 해 마무리에 중요한 연말 특수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유통업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기조에 따른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지난 2일 전향적인 내수·소비 진작 대책을 주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불과 하루 만에 계엄령을 선포하자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계엄령으로 경기 회복 시기가 늦어질 경우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계엄령 사태로 지금까지 쌓아온 국가 신용도에 금이 가게 됐다.
이는 면세점, 백화점, 뷰티 업체 할 것 없이 전반에 아울러 비즈니스 타격을 입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사태를 종식하고 후폭풍을 정리해야 산업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