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일자로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사업 심사 지침'을 개정·시행했습니다.
학교용지를 개발할 때 부지 보상비 등으로 실제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 부분은 총사업비 산정에서 제외하는 겁니다.
개발사업시행자가 학교용지를 시·도교육청에 기부채납한 경우도 적용됩니다.
쉽게 말해 학교를 지으려고 땅을 기부채납하면, 중앙투자심사 대상에서 '기부채납된 땅'은 제외되는 겁니다.
교육부가 지방재정법 지침까지 고친 건 <뉴스토마토>가 넉 달간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취재팀은 6월부터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단지) 중학교 용지 전용(轉用) 문제를 추적·보도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2014년까지 거슬러갑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서울시교육청에 학교용지를 기부채납했습니다.
중학교를 지으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2020년 4월 교육부는 부적정을 판정을 내렸습니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으니 새 학교를 짓지 말라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재건축조합은 학교용지에 인근 중학교 분교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시청은 멀쩡히 있는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중에 학교가 필요하면 공공공지 땅을 다시 줄 테니 교육청이 가진 '동일가액' 재산(땅)으로 맞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청이 사실상 '시세차익'을 노린 땅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취재팀은 학교용지에 관한 문제점과 서울시청의 일방통행을 파헤쳤습니다.
연속보도 후 국회에선 "제2의 둔촌주공 사태를 막자"며 학교용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할 땐 교육청과 상의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서울시의회도 '학교부지→공공공지' 소급을 막는 조례안을 제출했고, 학교용지를 공공공지로 바꿀 땐 주민공람을 필수로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마침내 교육부가 자체 지침을 개정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4개월간 취재하면서 늘 씁쓸했습니다.
학교 짓는 데 10년 넘게 걸린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일을 단편적 문제로 봐선 안 됩니다.
학교를 짓는 건 저출생 대책과 긴밀하게 관련됐습니다.
실제 강동구는 서울에서 학생 숫자 대비 학교 수가 가장 적은 자치구입니다.
강동구는 잇따른 재건축으로 신규 주민 유입, 특히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가 적습니다.
한 반에 30~40명씩 되는 학교가 수두룩 하다는 겁니다.
서울의 정반대편인 양천구만 해도 한 반에 20명이 채 안 되는 학교가 많습니다.
정부는 "저출생이 문제다, 아이를 많이 낳는 환경을 만들자"라고 호들갑입니다.
정작 학교가 필요한 곳엔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학교를 짓지 말라"고 합니다.
결국 태어날, 자라날 아이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를 가야 합니다.
그마저도 학생들이 빽빽한 콩나물교실입니다.
누가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을까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부모님들이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있는 시설부터 만들어놓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 합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사태는 거꾸로 된 저출생 대책의 민낯이 드러난 일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의회가 저출생을 위해,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함께 힘을 보태서 다행입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