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에 입사한 뒤 첫 단독 기사를 썼습니다.
제목은 <HUG, 전세보증금 반환 100조 공급하고 수수료 1조도 못 챙겨>입니다.
해당 기사가 출고된 뒤 5일 연속 정책금융기관 관련 단독을 내고 있습니다.
기자 일을 시작한 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부터 언론계에 발을 들인 뒤 지금까지 늘 언론 행태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회의감에 소주를 퍼마셨던 것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왜 사람들이 많이 읽지도 않는 기업 보도자료를 모든 언론사가 매달려 붕어빵 찍어내듯 쳐내고 있는지, 쏟아지는 정보 늪에서 사실 확인 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단독을 꼭 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관심을 받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시민과 호흡하고 싶었습니다.
저널리즘학 대부로 불리는 빌 코바치가 쓴 저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는 '저널리즘의 최우선적인 충성 대상은 시민'이라고 나옵니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이 원칙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독자에게 많이 읽히는 기사가 필요했습니다.
기자로서 이름을 알리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나만의 기사'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야만 언젠가 특정 기관에서 내려받는 탑다운(하향식) 방식을 벗어나 시민 입으로부터 시작되는 '바텀업(상향식)' 기사를 매일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독 기사가 나간 뒤 부모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고생한다"는 말에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외로움과 치열함 속 숱하게 기자 생활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이 스쳐갔습니다.
눈물 흘릴 정도까지의 기사는 아니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제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번 단독 기사는 국정감사 시즌에 맞춰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국회의원실을 통해 각 정책금융기관에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 의원실과의 호흡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이런 식의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시간에 쫓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기사가 나갔음에도 국회에 산적해 있는 다른 이슈들에 묻히는 걸 보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보람 있게 일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능동적으로 질문 거리를 찾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답을 받아내려는 노력입니다.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야 이 일을 오래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는 일 자체는 기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단독에 매달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독을, 특종을 쓰기 위해 늘 노력하려고 합니다.
"세상을 위한 것"이라는 거창한 말은 싫습니다.
저를 위해섭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뉴스를 보는 부모님께 기사로 제 일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좀 더 많은 시민에게 이름을 알리고 제보를 받아 "기레기(기자+쓰레기), 그거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냐"는 비아냥에서 벗어나는 미래를 꿈꿉니다.
그게 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