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출근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몸을 잔뜩 움츠리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19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의 강추위였습니다.
날씨가 추워질 때면 시름이 깊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난방을 마음껏 하기 어려운 쪽방촌 주민들, 나무에 보온재를 두르는 과수농가 농민들인데요. 전기차 소유주들에게도 겨울은 반가운 존재가 아닐 것입니다.
전기차 주행거리에 관해 취재할 당시 수입 전기차 운전자 A씨는 불편을 토로했습니다.
평소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50km를 넘겼는데, 겨울이 되니 주행거리가 400km 내외로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평소 서울과 울진을 한 번에 이동하던 A씨는 겨울엔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A씨처럼 겨울철 불편을 호소하는 전기차 소유주가 많습니다.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건 리튬이온 배터리가 추위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는 액체 전해질로 구성돼 있는데요.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리튬이온은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충·방전을 하거든요. 기온이 낮아지면 이 전해질이 굳으면서 내부 저항이 커지고, 충전 속도와 성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히터를 켜면 전력 소모량이 더 늘어 주행거리가 더 떨어지게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겨울철 전기차 관리법과 함께 최적의 히터 온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전기차의 저온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매 시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입니다.
환경부는 저온(-6.7도)에서 주행거리를 측정해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저온 주행거리를 고시합니다.
현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300km 미만 전기차의 경우 저온에서 상온 대비 8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해야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데요. 이 기준을 2029년까지 85%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환경부는 성능이 좋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다는 입장인데요.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와 부품사들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해질이 고체로 이루어진 전고체 배터리는 저온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데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준비하는 만큼 전기차 운전자들의 고민도 하루빨리 사라지길 소망합니다.
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