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과 금융 여건 악화로 건설사들이 투자나 사업 확대보다 유동성 확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토지와 사옥 등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보릿고래를 넘긴다는 전략입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자산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올해 건설업체의 유형자산 양도와 타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 처분 결정 공시는 1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동탄2대우코크렙뉴스테이기업형임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주식 180만주를 1800억원에 처분했습니다.
뉴스테이는 8년 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 전환해야 수익이 발생하는데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한 것입니다.
리츠는 최근 유동성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한화 건설부문 역시 최근 인천 서창 꿈에그린, 수원 권선 꿈에그린 등 뉴스테이 사업 지분을 일부 매각해 유동화에 활용했습니다.
앞서 현대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역시 뉴스테이 리츠 지분을 유동화했습니다.
DL이앤씨 지주회사인 DL은 올해 호텔 부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매물로 내놓고 희망가와 조건 등이 담긴 제안서를 받기로 하면서 잠재 매수자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디타워 돈의문’를 매각해 현금 1300억원을 확보했죠.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인 1214억원이었는데 한 개 분기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의 현금을 확보한 것입니다.
DL그룹이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디타워 돈의문. (사진=DL그룹)
코오롱글로벌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 '서초 스포렉스' 토지와 건물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4301억원에 매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유동성 강화를 위해서 고민을 해왔고 그 일환으로 부지랑 건물 매각을 진행했다"며 "이를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와 부채 비율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GS건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GS엘리베이터에 이어 2012년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인데요. GS이니마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522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21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GS건설은 지난 10월에는 GS엘리베이터 주식 412만5000주를 66억원에 매각하는 매매계약 종결을 공시했습니다.
주요 건설사들은 원자잿값 인상과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는데요. 수익성은 떨어지고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현금 유동성 확보와 재무 건전성 개선에 나서는 것이지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분기 보고서 제출 21개 건설사 중 10곳이 부채비율 2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공사비 증액과 부동산 경기 침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업계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공사물량과 건설투자 감소 등으로 녹록지 않은 업황이 예상돼 자산 매각 등 유동성 확보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에 건설·부동산 시장 상황이 안 좋고,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도 늘다 보니 (건설사의) 유동성 자금이 결여되고 있다"면서 "강화된 대출 규제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해도 분양이 안될 뿐더라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 분양도 부진하다 보니 향후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 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