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윤민영 기자)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사업 인허가를 얻기 위해 관(官)과 '띵깜'을 쌓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관 업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요. 띵깜은 베트남어로 '정감'이라는 뜻으로 '관계'를 중요시 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로 유명한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업무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합니다.
사회주의 기반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베트남에서는 시장 시스템 보다는 관의 권력이 막강합니다.
베트남의 띵깜은 중국의 '꽌시'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꽌시의 경우는 관의 책임자와 관계가 두터우면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띵깜은 관계를 잘 쌓더라도 꼭 일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관의 허가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포함돼 있다로 토로합니다.
하노이에 주재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소위 고위직에 속하는 국장급과 꽌시를 쌓으면 일이 빠르게 진행되지만, 베트남에서는 모든 과정에 띵깜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사업 인허가를 내주는 데 있어 베트남의 관은 어떤 결정이든 혼자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소관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베트남은 금융사 인허가 구조 또한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됩니다.
베트남은 중앙은행(SBV)과 재무부(MOF)가 은행, 보험사 및 기타 금융회사의 인가 및 감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은행을 포함해 금융 전반은 베트남 중앙은행, 보험은 재무부 소속 부서인 보험감독국(ISA), 증권은 재무부 산하기관인 국가증권위원회(SSC)이 각각 관리합니다.
또 다른 주재원은 "베트남 중앙은행은 예비 인가를 60일 만에 해주고 서류 접수, 본 인가 등 기간을 명시한 내부 규정이 있지만 서류 보완 지시 등이 있을 경우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모든 과정을 거쳐도) 은행 인허가는 총리실에서 최종 승인하는데, 총리실은 절차가 명문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은 중앙은행(SBV)과 재무부(MOF)가 은행, 보험사 및 기타 금융회사의 인가 및 감독을 담당하는 규제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에 위치한 베트남 중앙은행(국가은행). (사진=뉴스토마토)
띵깜을 쌓기 위해 현지 언어로 법규를 잘 이해하고 관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베트남 직원이 대관업무를 맡기도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우리나라 금융사 관계자들의 노력도 필수입니다.
대관 직원들은 베트남 관료와의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통상적으로 현지 진출의 필요성을 정부에 설명할 때 베트남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 등 우리의 선진 시스템을 강조하기 마련인데요. 또 다른 주재원은 "외국 기업이 선진적인 것을 강조하거나 베트남이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보면 자존심이 강한 국민성을 볼 수 있다"며 "베트남의 법과 규제가 우리나라 금융사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건의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애둘러 건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베트남 관가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쌓아온 역사와 법 규율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을 존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대신 관계를 쌓고 난 뒤에는 안 되는 일도 되는 곳이 베트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례로 베트남에는 신용성장률을 제한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매년 모든 은행에 대해 대출총량을 직전년도 대출총량 대비 일정 비율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외국계 은행의 성장 제약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본사 증자 등을 통해 외화유치 노력을 인정받으면 이 규제를 비공식적으로 완화해주기도 한다는 후문입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베트남은 금융 후진국이기 때문에 한국 금융사를 무조건적으로 반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며 "미국과 일본, 한국 기업들이 탐을 내고 있는 지역인 만큼 철저하게 실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만큼 대관 업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2)편에서 계속>
베트남 하노이시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베트남 4대 국영은행의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건물이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하나은행은 현지법인 설립 대신 BIDV에 지분투자를 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노이=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