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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비상계엄·거부권 남발…'헌법 파괴' 그냥 둘 순 없다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비상계엄을 선포,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수천명의 시민들이 나서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대치했고, 국회 보좌관들은 계엄군의 본원 진입을 막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190명의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요구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비상계엄 사태는 150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비상계엄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무모한 권한 행사가 가능했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대한민국의 통치구조는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자를 선출해 국가의사나 정책을 결정하는 겁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국민과 국회의원을 '자유 위임' 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대의제하에서는 모든 국민 개개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대표자들이 국가의 의사를 결정할 때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객관적으로 추정되는, 국민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통령제와 같이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같이 무리한 권한 행사를 할 위험이 상존합니다.

 

지나친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헌법에서 입법권은 국회,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각 국가기관이 그 조직에 귀속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권한을 갖고, 한편으로는 다른 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행정부의 국정 통제를 위해 국회가 갖는 권한에는 △탄핵소추권 △국정감사 및 조사권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국무총리·국무위원 및 정부위원의 국회 출석요구 및 질문권 △계엄 해제요구권 △긴급명령 등에 대한 승인권 △국제조약이나 국방 관련 동의권 등이 있습니다.

일견 많은 권한이 있는 듯 보이지만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한인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실제로 통과되기가 곤란합니다.

또한 국정감사 및 조사는 강제 수사를 하지 못해 피감기관의 협조가 없으면 의혹만 제기하다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대통령에게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습니다.

특히 계엄선포는 국회의 집회 여부와 무관하고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으므로 일단 선포 후 국회의 집회를 막으면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집니다.

결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목적한 바를 모두 이룬 후 사후적으로 법적인 책임을 따지는 절차만 남게 되는 겁니다.

 

대법원은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떤 국가 행위나 국가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할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한다고 봅니다.

다만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는 이른바 통치행위로 봐서 법원 스스로 사법 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법원의 책무인 기본권 보장과 법치주의 이념 구현을 태만하거나 포기하는 정도로 과도한 사법심사의 자제가 되지 않도록 통치행위의 인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통령은 비상시 권한 이외에 평시에도 △집행에 관한 의사 결정권 △법률집행권 △외교권 △정부 구성권 및 공무원 임명권 △국군통수권 △재정권 등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입법에 관해서도 법률안 제출권이 있고 법률안거부권이 있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최근 반복된 거부권 행사 사례에서 보듯 야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이 없으면 이론적으로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을 계속 거부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막대한 권한에 비해 내부적 통제 수단은 매우 빈약한데요. 헌법상 규정된 국무회의 심의제는 심의를 거치지 않고 권한을 행사해도 이렇다 할 통제 수단이 마련돼있지 않습니다.

심의 결과에 구속되는지에 대해서도 학자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헌법은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 부서 제도도 규정하고 있는데, 국무총리나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를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해 부서를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부서를 받지 않고 대통령이 한 행위의 효력이 무효인지도 학자들의 의견이 대립하는데요. 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기 전에는 국무회의 심의제와 부서제도는 유명무실한 통제 수단입니다.

 

결국 최후에 남는 통제 수단은 대통령이 헌법 파괴행위를 하는 경우 국민이 행사하는 저항권일 텐데요. 국민의 저항권이 행사되는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고 국가적으로 큰 피해와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겁니다.

 

이번 사건과 같이 헌법상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위헌적 계엄선포는 그 자체로 중대한 위헌·위법이지만 내부적 통제 장치가 전혀 작동할 수 없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참담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개헌을 통해 대통령 권한에 대한 내부적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외적이고 막강한 권한이나 국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 국무회의의 특별의결을 거치도록 하거나, 부서를 효력요건으로 규정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이 1차로 대통령의 극단적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의제가 소수의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내포하는 필연적인 약점이 불러왔던 참변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시도조차 될 수 없도록, 국민의 뜻이 모인 기회에 힘입어 개헌을 통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단의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newstomato.com | 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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