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선임 과정에 있어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중간 발표가 나왔습니다.
지난 7월부터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 특혜 의혹 등 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라에 감사를 진행한 문체부는 2일 중간 발표를 했습니다.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협회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에 따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해야 합니다.
당시 클린스만 전 감독 포함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면접을 전강위가 아닌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진행했고,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됐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는 지난해 1월 19일 출범했습니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윤겸 전 충북청주FC 감독, 조성환 부산 아이파크 감독,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 발표에 의하면 협회는 전력강화위가 꾸려지기 전부터 이미 후보군을 추리고 에이전트를 선임해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정관상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하고 자문하는 기구인 전력강화위를 사실상 배제한 것입니다.
정몽규 회장은 2월8~9일 실제로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적임자로 낙점돼 협상 끝에 같은 달 24일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문체부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지휘한 최종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1차 면접과 달리 관련 자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평가 내용을 감사에서도 파악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협회는 당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나오자, 밀러 위원장이 복수 후보자를 상대로 1,2차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골자로 반박 자료를 냈으나 이는 허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사진=뉴시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졌습니다.
문체부는 협회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를 추천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이 기술이사는 정 회장과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고, 홍명보 감독과 외국인 감독 2명 등 최종 후보 3인에 대한 대면 면접을 진행하고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해 보고했습니다.
특히 이 기술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 2인과 다르게 홍 감독은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하는 등 형평성이 어긋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정해성 전 전강위원장은 6월 말 사퇴 직전까지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한 추천 우선순위를 정 회장에게 보고했으나, 이 과정에서 홍 감독과는 어떠한 면접도 진행하지 않은 채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의 감사 결과 무성했던 논란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 회장의 사퇴 압박과 요구 강도는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협회 스스로가 이번 사태와 논란에 대해 구차한 변명대신 직접 축구 팬들 앞에서 사퇴 등의 용단과 더불어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