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리딩뱅크를 가리는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진화하는 금융시장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수장들의 남다른 각오도 취임사에서 두드러진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며 비즈니스 재정의·설계를 통한 근원적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변화의 방향을 잘 읽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영업 방식의 변화, 미래를 위한 변화, 현장의 변화' 등 세 가지를 언급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하나만의 손님 중심 영업문화 DNA를 회복하고 리딩뱅크 '하나'를 위한 위대한 여정에 모두 함께하자"면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손님 기반 확대 등 3대 핵심 전략을 내걸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돼야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고 했고,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금융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추구하는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일류은행으로 진일보하기 위한 중차대한 과제들을 취임사에 담으며 질적 성장 의지를 다진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승진에 감안됐던 나이나 직급 순서를 깬 파격 인사도 늘었다.
올해도 경제·금융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시각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가 만사"라며 "시스템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람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했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횡령·배임 등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3분기 누적 기준 금융사고만 해도 5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동기 25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를 올 초부터 시행하는 등 내부 통제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내부 통제 장치를 촘촘히 구축하는 것은 선행돼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경제·금융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사실상 주인없는 은행업의 태생적 한계와 바탕을 감안하면 '적재·적소·적시' 인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동일한 제도 하에서 다양한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조직을 누가 지휘하느냐,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를 우리는 수도 없이 봐왔다.
결국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실력 있는 금융을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건 '인물'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 환경과 소비자 신뢰와 고객 만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은행권의 적극적인 인재 발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심에 선 CEO들의 노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간 은행업은 내부 통제 부실 등으로 고객 신뢰가 실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을사년 새해 각 은행 CEO들이 취임사에 걸맞은 원년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