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대중음악계에서도 재건축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이미 유튜브 기준 조회수 3억3000만회를 기록 중인 로제의 '아파트(APT.)' 인기에 80년대 국민가요였던 윤수일씨의 '아파트' 라이브 영상도 덩달아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재미있는 댓글들이 달립니다.
'43년만에 윤수일 아파트 재건축 성공!', '은마아파트보다 먼저 재건축 됐습니다' 등등 윤수일의 아파트가 로제 아파트 덕에 명곡으로서 가치를 재발견한 것을 재건축에 비유하는거겠죠.
재건축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빚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미래의 신축 아파트를 지금 미리 싸게 사는 것'으로 빗대고는 하죠.
실거주자는 낡고 허름한 모습을 벗고 넓고 깨끗한 새집을 상상하게 만들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건축 후 얻게 될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게 우리가 재건축을 보는 눈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건축은 지극히 합리적인 자본주의적 활동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죠. 함께 연상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갈등'입니다.
건설공사비지수가 지난 9월 기준으로 130.45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을 100으로 놓고 건설공사비의 물가 변동 수준을 수치화한겁니다.
4년 전보다 자재비, 인건비, 노무비 등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공사비가 30%가 올랐다는겁니다.
공사비가 오르니깐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늘어납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건물을 지으면서 이익도 취해야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올라버린 공사비를 마련하려면 시행사인 조합에 기대야합니다.
조합이라고 달가울리가 없죠.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늘어날테니깐요. 미래의 시세차익 실현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 자금난에 허덕여야합니다.
돈 문제가 걸리는데 양 측이 으르렁거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만난 서울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건축 설계 관련 공부를 위해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그는 "공사비지수니 간접비니 애초에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용어들이 가득하다보니, 주도하지는 못해도 끌려다니지나 말자는 입장으로 설계 관련 공부를 했고 대학원 진학 고려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재건축 사업에서 사업 주체가 되는 조합은 과거 '시세차익'에만 몰두하며 분탕질을 거듭하던 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각종 사업 인허가는 물론 지자체와 조율, 시공사 컨트롤, 언론 대응은 기본이고 기본 이상의 건축설계, 안전관련 지식과 관련 법안도 숙지해야하죠. 할 게 더 많아졌습니다.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 무능한 조합장은 자연재해와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남의 몇몇 조합들은 큰 돈을 들여 시공사를 컨트롤하겠다고 CM(건설 사업관리자)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도 코메디가 따로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말이 많기도 합니다.
이마저도 서울 한강변이나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면 꿈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살지 뭐"하고 현실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겠죠.
발표된 지 40년이 넘어 또 다시 조명받는 윤수일씨의 노래 '아파트'가 현 시점 대한민국에서 재건축이 제일 잘 된 아파트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런데 윤수일의 아파트는 애초에 잘 지어진 아파트가 아니었던가요.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