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8년차 간호사인 문혜연(33)씨는 지나가는 구급차 소리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어디 또 사고가 났나…” 지난 1월 아버지 문유식(71)씨를 잃은 뒤 생긴 버릇입니다.
30년차 일용직 미장공인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혜연씨는 회사 측이 안전모만 지급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고 주장합니다.
혜연씨는 회사 측은 사고 직후 문유식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산업재해 은폐까지 시도했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10일 현장소장과 건설사에 각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천만원을 구형했습니다.
다음달 23일 1심 선고가 있습니다.
혜연씨는 회사의 엄벌을 촉구하며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24일 서부지법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혜연씨는 “회사 측을 엄벌해 안전을 경시하는 기업들에 경고를 줘야 한다”며 “법원은 안전한 일터를 염원하는 시대적 변화를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4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인우종합건설 등의 엄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하고 있는 문혜연씨. (사진=뉴스토마토)
혜연씨의 아버지는 지난 1월22일 서울 마포구 한 공사현장에서 미장 업무를 하던 중 2m가량의 이동식 비계에서 추락했습니다.
아버지는 인우종합건설이 시공사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휴무였던 혜연씨는 집에서 느지막이 일어났다가 눈물범벅이 된 엄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많이 다쳤대”라고 연신 안절부절이었습니다.
혜연씨는 간호사입니다.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혜연씨는 “안 좋은 직감이 들면서 눈물만 쏟아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일주일 뒤인 1월29일 숨졌습니다.
사인은 외상성 뇌손상입니다.
혜연씨는 “소생 가능성이 적다는 의료진 판단에 수술도 못 했다”며 “그래도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는지 일주일이나 버텨줬다”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혜연씨는 아버지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했습니다.
사고 직후 사업주인 인우종합건설 측은 팩스로 한 쪽짜리 사고 경위와 사과문을 보내왔습니다.
‘비계가 설치된 곳에서 낙상 또는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한파와 관련된 사고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혜연씨는 “당시 안전 조치 미흡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며 “사과한다고 했지만 가족들을 조롱한다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분노했습니다.
혜연씨는 유족 편일 줄 알았던 수사기관에 더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혜연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시간도 안 돼 경찰이 왔다.
바로 피해자 조사를 받아야 한다길래 엉겁결에 조사를 받았다”며 “경찰은 아버지가 추락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내인사(내적 원인에 의한 죽음)를 의심해 부검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경찰은 강행했다.
아직 부검결과도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혜연씨는 사고 당시로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고 당시 119 신고 녹취록이라도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신고자의 개인정보 보호 때문입니다.
신고자는 현장소장이었습니다.
그는 안전관리 책임자이자 사고 은폐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문씨는 “아버지 동료로부터 현장소장이 ‘안전모 지급 대장 및 안전 교육 이수에 관한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현장소장에게 연락했지만 모두 차단당했습니다.
문유식씨가 추락했던 이동식 비계는 사진처럼 비스듬한 바닥에 위태롭게 서있었다.
(사진=문혜연 제공)
어쩔 줄 모르던 혜연씨에게 김용균재단의 ‘산재사망사고 유가족 안내서’는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혜연씨는 김용균재단에 연락했고 산재 전문 변호사도 만났습니다.
그제야 아버지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모조차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바퀴가 달린 이동식 비계는 기울어진 바닥에서 위태롭게 서있었습니다.
비계에는 추락을 방지할 안전 난간이 없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은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0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 확대 시행되기 5일 전, 아버지 사고가 발생해 건설사 대표는 기소를 면했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 10일 1차 공판기일이자 결심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산안법 위반은 물론 산재 은폐 시도까지 말입니다.
혜연씨는 재판부가 회사 측을 엄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혜연씨는 “추락사 산재 사망사고가 정말 많더라. 특히 소규모일수록 더 다치고 돌아가신다”며 “제가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법원의 엄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들에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혜연씨는 “사측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해서 감형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며 “지난 22일부터 탄원서를 받았는데 벌써 2만명 가까이 모였다.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호소라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안전을 중시하는 시대적 변화를 헤아려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다음 달 23일 인우종합건설 등의 산안법 위반 선고기일을 진행합니다.
문씨를 대리하는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이번 사건처럼 간단한 조치만 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안전모와 안전 난간과 같은 기본적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했다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newstomato.com | 강석영 기자
“어디 또 사고가 났나…” 지난 1월 아버지 문유식(71)씨를 잃은 뒤 생긴 버릇입니다.
30년차 일용직 미장공인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혜연씨는 회사 측이 안전모만 지급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고 주장합니다.
혜연씨는 회사 측은 사고 직후 문유식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산업재해 은폐까지 시도했다고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10일 현장소장과 건설사에 각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천만원을 구형했습니다.
다음달 23일 1심 선고가 있습니다.
혜연씨는 회사의 엄벌을 촉구하며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24일 서부지법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혜연씨는 “회사 측을 엄벌해 안전을 경시하는 기업들에 경고를 줘야 한다”며 “법원은 안전한 일터를 염원하는 시대적 변화를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4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인우종합건설 등의 엄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하고 있는 문혜연씨. (사진=뉴스토마토)
혜연씨의 아버지는 지난 1월22일 서울 마포구 한 공사현장에서 미장 업무를 하던 중 2m가량의 이동식 비계에서 추락했습니다.
아버지는 인우종합건설이 시공사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휴무였던 혜연씨는 집에서 느지막이 일어났다가 눈물범벅이 된 엄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많이 다쳤대”라고 연신 안절부절이었습니다.
혜연씨는 간호사입니다.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혜연씨는 “안 좋은 직감이 들면서 눈물만 쏟아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일주일 뒤인 1월29일 숨졌습니다.
사인은 외상성 뇌손상입니다.
혜연씨는 “소생 가능성이 적다는 의료진 판단에 수술도 못 했다”며 “그래도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는지 일주일이나 버텨줬다”라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혜연씨는 아버지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했습니다.
사고 직후 사업주인 인우종합건설 측은 팩스로 한 쪽짜리 사고 경위와 사과문을 보내왔습니다.
‘비계가 설치된 곳에서 낙상 또는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한파와 관련된 사고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혜연씨는 “당시 안전 조치 미흡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며 “사과한다고 했지만 가족들을 조롱한다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분노했습니다.
혜연씨는 유족 편일 줄 알았던 수사기관에 더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혜연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시간도 안 돼 경찰이 왔다.
바로 피해자 조사를 받아야 한다길래 엉겁결에 조사를 받았다”며 “경찰은 아버지가 추락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내인사(내적 원인에 의한 죽음)를 의심해 부검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경찰은 강행했다.
아직 부검결과도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혜연씨는 사고 당시로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고 당시 119 신고 녹취록이라도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신고자의 개인정보 보호 때문입니다.
신고자는 현장소장이었습니다.
그는 안전관리 책임자이자 사고 은폐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문씨는 “아버지 동료로부터 현장소장이 ‘안전모 지급 대장 및 안전 교육 이수에 관한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현장소장에게 연락했지만 모두 차단당했습니다.
문유식씨가 추락했던 이동식 비계는 사진처럼 비스듬한 바닥에 위태롭게 서있었다.
(사진=문혜연 제공)
어쩔 줄 모르던 혜연씨에게 김용균재단의 ‘산재사망사고 유가족 안내서’는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혜연씨는 김용균재단에 연락했고 산재 전문 변호사도 만났습니다.
그제야 아버지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모조차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바퀴가 달린 이동식 비계는 기울어진 바닥에서 위태롭게 서있었습니다.
비계에는 추락을 방지할 안전 난간이 없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인우종합건설과 현장소장은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0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 확대 시행되기 5일 전, 아버지 사고가 발생해 건설사 대표는 기소를 면했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 10일 1차 공판기일이자 결심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산안법 위반은 물론 산재 은폐 시도까지 말입니다.
혜연씨는 재판부가 회사 측을 엄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혜연씨는 “추락사 산재 사망사고가 정말 많더라. 특히 소규모일수록 더 다치고 돌아가신다”며 “제가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법원의 엄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들에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혜연씨는 “사측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해서 감형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며 “지난 22일부터 탄원서를 받았는데 벌써 2만명 가까이 모였다.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호소라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안전을 중시하는 시대적 변화를 헤아려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다음 달 23일 인우종합건설 등의 산안법 위반 선고기일을 진행합니다.
문씨를 대리하는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이번 사건처럼 간단한 조치만 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안전모와 안전 난간과 같은 기본적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했다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