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시비가 붙어 현실에서의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일은 과거부터 있어 왔습니다.

최근엔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시비가 붙은 상대방의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행을 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상대방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행은 형사처벌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청소년·여성·교육·인권·학부모 시민단체가 2024년 9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청소년을 위한 정책 총력 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28일 대법원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사건의 원심을 깨고 돌려보낸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고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통신매체를 통해 수치심이나 모욕감 등을 느끼게 하는 말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접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성적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보호하고 건강한 성풍속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됐는데요.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말하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이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의 주관적 동기·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성별·연령대의 일반적·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그 행위 자체의 전체적 내용을 관찰해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초과주관적 위법요소(구성요건적 고의와는 별개로 요구되는 구성요건요소)로서 ‘성적 욕망’의 유발이나 만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 판단할 때,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르는데요.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되고,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된 경우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방법도 상대방이 직접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보는 경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실제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인터넷 링크만 보내더라도 링크를 이용해 별다른 제한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곧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면 죄가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우편·전화·팩스·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 등을 도달하게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지속·반복하면 스토킹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정보통신망을 통한 불법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면서,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등을 전시하거나 도달하게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메시지 등의 전달은 일방적인 특성이 있어 피해자가 그대로 노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메시지 등을 전송하여 상대방이 실제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그 행위가 구성하는 범죄가 성립하게 되므로 순간의 화를 참지 못 하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야 할 겁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