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상해 등으로 병·의원과 약국에서 실제 지출한 의료비 등을 보상하는 보험 상품입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약 4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필수적인 보험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0월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 오픈식'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가입한 만큼 부작용도 많습니다.
과잉 진료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청구로 실손보험 적자가 해마다 불어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실손보험 문제 해결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일 금감원은 부산남부경찰서와 함께 실손보험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벌인 일당을 대거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보험사기를 벌인 일당은 병원 의료진, 브로커, 가짜환자 등 270여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 A씨는 환자들이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도수치료나 무좀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발급했습니다.
브로커 10여명은 이 같은 방법이 있다며 피부미용을 받고 싶은 가짜환자들을 알선하고, 의사 A씨로부터 20%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환자 270여명이 편취한 보험금은 10억원 규모로 드러났습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이러한 행위를 알선·유인·권유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알선 등을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정도로 무겁게 처벌됩니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고 재정을 부실하게 해 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보험금은 소위 ‘공돈’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받아내는 것이 좋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보험제도가 여러 사람이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모두에게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오는 행위입니다.
지출한 치료비를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지출하지 않은 의료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도 보험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지인 할인’으로 감액된 금액은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도 있었습니다.
사안에서 쟁점이 된 특약에는 “회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의 비용 전액과 제4호의 비용 중 50% 해당액을 1개 사고당 보험가입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한도로 보상하여 드립니다.
”라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1심은 실손보험의 취지에 따라 실손보상의 원칙이나 이득 금지 원칙이 고려돼야 하므로 지인 할인 후 최종적으로 지출한 의료비만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약관조항은 그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위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인 할인으로 감면된 후 피고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라 지인 할인으로 감면되기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판결을 깨고 환송했는데요.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한 결과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하지만, 일의적으로 해석된다면 약관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는 법리를 설시했습니다.
약관조항 문언의 내용과 의미,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비급여 진료비용의 의미와 성격, 이 사건 특약이 담보하는 보험 목적의 성질과 손해보험제도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관조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피보험자가 의료기관과의 구체적인 계약에 따라 실제로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보험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할인받은 부분은 이 사건 특약의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손보험은 지난 25년간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주로 보험료를 낮추면서 자기부담금을 조금씩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했는데요. 실손보험의 적자를 줄이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비웃듯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최대치로 청구할 수 있도록 진료비 쪼개기, 허위 통원, 진단명 변경 등 다양한 수법으로 보험사기 행위를 하는 경우가 적발되고 있습니다.
병원을 돌아가며 의료쇼핑에 나서는 사례도 빈번하게 볼 수 있지만 제재가 쉽지는 않습니다.
실손보험을 이용한 사기 행위는 보험료 인상을 부채질하고 보험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우려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개인들은 작은 이익을 좇다가 보험사기 전과가 남거나 불필요한 곳에 보험 재정이 낭비되도록 하는 행위를 삼가고, 금감원 등은 의료쇼핑과 모럴 해저드를 근절할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newstomato.com | 김민승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약 4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필수적인 보험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0월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전산시스템 오픈식'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가입한 만큼 부작용도 많습니다.
과잉 진료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청구로 실손보험 적자가 해마다 불어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실손보험 문제 해결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일 금감원은 부산남부경찰서와 함께 실손보험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벌인 일당을 대거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보험사기를 벌인 일당은 병원 의료진, 브로커, 가짜환자 등 270여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 A씨는 환자들이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도수치료나 무좀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서류를 발급했습니다.
브로커 10여명은 이 같은 방법이 있다며 피부미용을 받고 싶은 가짜환자들을 알선하고, 의사 A씨로부터 20%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환자 270여명이 편취한 보험금은 10억원 규모로 드러났습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이러한 행위를 알선·유인·권유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알선 등을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정도로 무겁게 처벌됩니다.
보험사기는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고 재정을 부실하게 해 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보험금은 소위 ‘공돈’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받아내는 것이 좋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보험제도가 여러 사람이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모두에게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오는 행위입니다.
지출한 치료비를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지출하지 않은 의료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도 보험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지인 할인’으로 감액된 금액은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도 있었습니다.
사안에서 쟁점이 된 특약에는 “회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의 비용 전액과 제4호의 비용 중 50% 해당액을 1개 사고당 보험가입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한도로 보상하여 드립니다.
”라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1심은 실손보험의 취지에 따라 실손보상의 원칙이나 이득 금지 원칙이 고려돼야 하므로 지인 할인 후 최종적으로 지출한 의료비만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 약관조항은 그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위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인 할인으로 감면된 후 피고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라 지인 할인으로 감면되기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판결을 깨고 환송했는데요.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한 결과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하지만, 일의적으로 해석된다면 약관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는 법리를 설시했습니다.
약관조항 문언의 내용과 의미,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비급여 진료비용의 의미와 성격, 이 사건 특약이 담보하는 보험 목적의 성질과 손해보험제도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관조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피보험자가 의료기관과의 구체적인 계약에 따라 실제로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보험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할인받은 부분은 이 사건 특약의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손보험은 지난 25년간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주로 보험료를 낮추면서 자기부담금을 조금씩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했는데요. 실손보험의 적자를 줄이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비웃듯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최대치로 청구할 수 있도록 진료비 쪼개기, 허위 통원, 진단명 변경 등 다양한 수법으로 보험사기 행위를 하는 경우가 적발되고 있습니다.
병원을 돌아가며 의료쇼핑에 나서는 사례도 빈번하게 볼 수 있지만 제재가 쉽지는 않습니다.
실손보험을 이용한 사기 행위는 보험료 인상을 부채질하고 보험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우려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개인들은 작은 이익을 좇다가 보험사기 전과가 남거나 불필요한 곳에 보험 재정이 낭비되도록 하는 행위를 삼가고, 금감원 등은 의료쇼핑과 모럴 해저드를 근절할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