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무시하는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2기에서 '관세 카드'는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도 수시로 활용할 전망인데요.
관건은 방위비 협상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칭한 만큼, 이미 조기 타결을 이룬 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주한미군 철수라는 기존의 트럼프식 압박 카드에 더해 '관세'가 추가 압박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동맹도 예외 없다"…강경 관세 예고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제이미슨 그리어 전 USTR 대표 비서실장을 내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 트루스소셜에 "제이미슨 그리어를 USTR 대표로 지명하게 돼 기쁘다"며 "제이미슨은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맞서기 위해 중국 등 다른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고 북·미자유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탁월한 리더인 밥 라이트하이저 밑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수십 년간 지속된 형편 없는 무역 정책을 뒤집는 데 일조했다"며 "제이미슨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보호 및 수출 시장 개척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USTR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국제 통상 교섭, 무역 정책의 수립과 집행, 불공정 무역 조사와 대응 등을 총괄하는 기관입니다.
관세를 무기로 한 보호주의 무역 기조로의 회귀를 주창해온 인물들과 연을 맺어 온 그리어의 임명은 트럼프 2기 경제 의제에 '관세'가 핵심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첫 행정명령으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중국에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중국·멕시코·캐나다는 미국의 3대 교역국이기도 합니다.
특히 멕시코·캐나다와는 FTA의 일종인 USMCA를 맺고 무관세를 적용해왔는데, 이를 파기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럼프 2기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자유무역체제를 흔들겠다는 건데요.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강경한 관세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중국·멕시코와 달리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한 건 미국 우선주의에 '동맹'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손익 관점'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식에서 서명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위비 재협상, '관세' 무기될 듯
트럼프 당선인이 3대 무역국을 겨냥해 관세 부과 의지를 드러냈다는 건 추후 다른 대미무역 흑자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윤석열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발맞춰 한·미 동맹을 강화하며 주요 우방국으로 자리잡았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멕시코 등에 이어 미국 무역적자 규모 8위국입니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긴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의 예고대로라면 한·미 FTA 재개정 압박도 불가피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관세 부과 명목으로 미국 노동자 보호와 제조업 부흥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국·멕시코·캐나다에는 마약과 이민 문제를 명분으로 제시했습니다.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경제 외적 분야에서도 상대국에 대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역시 대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체결한 SMA(1조5192억원)보다 9배 많은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때인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보다 5배 이상 인상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끌다, 정권이 교체된 뒤 바이든 행정부와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역시 바이든 행정부와 조기에 SMA를 타결했는데요.
우리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SM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서 "우리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비준 절차를 밟아서, 한·미 간에 서로 결정하게 되면 그게 기준이 되어서 추가로 협의를 해나가는 방향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해 대통령실도 이날 오후 성태윤 정책실장 주재로 경제·안보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