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내 4대 면세점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악재에 이어 강달러 고착화 현상, 관광객의 관광·소비 패턴 변화에 맥을 못 추고 있는데요. 비상경영체제 돌입은 물론 문을 닫는 곳도 나왔습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사업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모습입니다.
9일 각 사 사업보고서 등을 취합한 결과,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합산 매출은 7조1307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6224억원) 대비 7.7%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93억원에서 적자 전환해 14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면세점 4사 모두 지난해 1~3분기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호텔신라 TR부문이 각 922억원, 373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습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면세점들은 지난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는데요. 신세계디에프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임원들은 11월부터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8월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경영난에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위치한 이 면세점은 오는 24일 영업을 종료합니다.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특허권은 내년까지 유효하지만 이를 세관에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치열했던 면세점 경쟁…'승자의 저주'로
10년여 전 유통 대기업들은 앞다퉈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요. 삼성그룹 계열사 호텔신라와 범현대가인 HDC그룹은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까지 호황을 누렸던 면세업계는 2020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디에프를 제외한 3곳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으며, 단숨에 영업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하늘길이 열리고 경제 활동이 재개된 이후에도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진 않습니다.
면세점 4사의 합산 매출이 2021년 11조3189억원에서 2022년 15조591억원으로 33% 성장했으나, 2023년 8조9519억원으로 41% 쪼그라들었습니다.
아직 발표 전인 2024년 실적의 경우 수익성 악화 흐름이 예상됩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지점마다 부침이 있고, 공항 매장 정상화로 인한 임차료 증가, 프로모션 비용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고환율에 정국 혼란까지…계속된 악재
여기에 고환율 지속으로 면세점과 백화점 판매가격의 격차가 줄었고, 과거와 달리 관광객들이 면세점보다 로드샵 쇼핑을 즐기는 등 관광 문화가 달라진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도 업황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면세점으로부터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특허수수료 부담을 절반 낮추겠다고 밝혔는데요. 비용을 일부 덜 수 있으나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반등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면세점 업황 자체가 턴어라운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중국 내수 부양책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어 그 온기가 면세점의 업황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시류를 읽지 못하고, 변화 타이밍을 놓친 면세업계 내부 원인을 꼬집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면세점들이 명품 유치에만 공을 들였다.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자국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빠지자, 역풍이 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소비자 발길을 끌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