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 기후로 국제 원재료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원부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가시화되면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압박도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는 널뛰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휴전 협상 가능성에 급등세를 지속했던 국제 유가가 4% 넘게 하락했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시설 타격 우려가 나오는 등 긴장은 여전합니다.
중동 위기감 고조와 더불어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 석유시설을 강타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했습니다.
현지시간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56%(2.61달러) 오른 배럴당 75.8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3.68%(2.82달러) 급등한 배럴당 79.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물류비 인상은 물론 제조비 증가로 연결됨에 따라 물가를 자극하게 됩니다.
물가 인상을 견인하고 있는 농산물 등 식품 물가 또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식품 원재료의 국제 가격 상승세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4.4포인트로 전월 대비 3% 올랐습니다.
지난 6월 121.2에서 7월 121.0, 8월 120.7로 2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반등했습니다.
설탕 가격지수는 한달 전 대비 10.4%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유지류와 곡물은 각 4.6%, 3%를 기록했습니다.
설탕 가격 상승은 전 세계 설탕 가용량 부족 우려를 비롯해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와 화재로 인한 수확량 감소 전망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지류의 경우 낮은 생산량 등으로 팜유, 대두유, 해바라기유, 유채유 가격이 모두 상승했습니다.
곡물 중에서 밀은 주요 수출국인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수확 지연과 EU의 생산 전망 하향 조정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식품 원재료의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기업 경영 부담 완화와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원당·설탕·해바라기씨유 등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라며 "국내 물가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사진=뉴시스)
변동성 확대…제품 가격 인상 압박 '우려'
각종 불안 요소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면 식품업계는 국내 제품 가격 인상을 고심할 텐데요.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심화된 가운데 가격 인상이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또한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식품 원료가 되는 농수산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업계는 원재료 확보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 변동성이 크면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다"라며 "원료 가격 흐름과 생산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재료 확보는 식품사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식품사 경영진과 가나를 찾기도 했습니다.
가나는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주요 생산국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코코아는 초콜릿의 주재료가 되죠. 기상 이변과 병해로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량이 줄면서 올해 코코아 시세는 크게 치솟았습니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올 6월 초콜릿류 제품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요 국제 원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중동 전쟁 이슈로 자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원료 가격의 등락이 반복되며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라며 "기후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농작물의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는 점도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