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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서울 대통령실과 평양 노동당본부 상공에 뜬 무인기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평양 무인 사건'을 공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3년 12월 26일 오전 북한 무인기 5대가 침입했고 그중 1대가 용산 등 서울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확전까지 각오하고" 그 다음 날 바로 우리 무인기의 북한 침투를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이 집무하는 용산 하늘이 뚫린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당시에는 몰랐다가 해를 넘긴 뒤에야 보고받았습니다.

 

이번에는 평양이 무인기에 뚫렸습니다.

북한은 이달 3일, 9일, 10일 세 번이나 평양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가 침범해 대북전단을 뿌렸다고 했습니다.

중구역은 평양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북한을 오롯이 지배하는 조선노동당 중앙본부가 여기에 있고, 이 본부 건물 안에 김정은 총비서의 집무실도 있습니다.

'최고존엄' 머리 위에 무인기가 등장했던 겁니다.

북한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관련 사진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상공에 출현한 적무인기"라는 제목을 붙였을까요?

 

2년여 간격으로 서울과 평양이 서로 '장군'을 부른 셈입니다.

 

북한 발표가 나오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1시간 뒤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윤석열정부가 간접적으로라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짙게 하지만, 사건의 주체라는 핵심 사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14일과 15일 잇달아 "평양 무인기 주범은 한국 군부", "한국군이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도 그 증거를 내놓지는 않고 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할 '스모킹 건'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정치는 팩트나 리얼리티(reality) 보다는 인식(perceptions)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윤석열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고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게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야 할 '수요'가 충분합니다.

 

북, '평양 무인기 사건' 계기로 전국 격동시켜 내부 '긴장' 통제

 

올해 초 김 총비서는 △한국 적대국 명기 △통일 관련 표현 삭제 △영토 조항 명기 등을 담은 개헌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선거연령 수정' 개헌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17일 오전 관영 <조선중앙통신>에서 "헌법에 대한민국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했다고 전했습니다.

어정쩡한 모습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전면적인 '두 국가-통일 폐기'가 북한 내부에서 일으키고 있는 '긴장'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일사불란한 사회라 해도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사회 전체를 지배해온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난은 고질적 문제이지만, 평양과 초보적인 생활필수품도 공급받지 못하는 지방간 격차는 더 심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올해 1월 국가 차원 정책으로 '지방발전 20×10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야심 찬 구상입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내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이를 다그치면서 내부에 '긴장'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평양 무인기 사건' 발표 이후 3일 연속으로 '무모한 도전객기는 대한민국의 비참한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 등 윤석열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냈고, 총참모부는 전방 지역 8개 포병 여단을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하고 무인기를 발견하면 즉시 타격하라고 지시했으며, 국방 관련 책임자들을 망라한'‘국방 및 안전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처음 소집하고 김 총비서가 직접 주재했습니다.

전국에 배포하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 이런 내용을 연일 대서특필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전역에서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140여만 명에 이르는 청년동맹일꾼(간부)들과 청년학생들이 인민군대 입대, 복대 탄원서에 서명”(<노동신문> 16일 자)했습니다.

전국을 격동시켜 내부 ‘긴장’을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내부 '긴장'을 외부로 돌리고 싶은 욕구는 윤석열정부에게도 차고 넘칩니다.

대표적으로 '의료대란'이 드러낸 정책 무능과 총선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핵심지지층마저 고개를 젓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지속적으로 낮고, 부정평가는 70%대로 고착되고 있습니다.

내각책임제 국가였다면 벌써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했을 거라는 진단이 지배적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이틀 전 있었던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정부 '강대강' 일관…"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도 않겠다" 선언

 

북한에 대한 대응은 '강대강'으로 일관합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거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약 올려'리며 자극합니다.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도 하지 않겠다고 공개선언한 것은 아찔합니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 판결을 핑계대고 있지만, 당시 헌재는 '과잉 처벌'을 문제 삼았을 뿐입니다.

전단 살포문제점과 제한의 당위성은 인정했고, 구체적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대응하라는 권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강대강의 '적대적 공존'국면에서 미국, 주한미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4일 담화에서 '미국 책임'론을 꺼냈습니다.

정전협정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실질적으로는 주한미군을 호출한 겁니다.

'자주의 나라'라는 북한이 주한미군에, 윤석열정부를 말려달라며 '상황관리'를 요청한 셈입니다.

 

미국 역할과 관련해 16일~17일 방한한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주목됩니다.

일부 언론은 그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20일 남긴 상황에서 한국에 '자제 당부'를 할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관련 기사: [단독] 미 "대선 전까지 자제하라" 한국정부에 당부)

 

"한국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게 있는 게 다행"이라는 말을 단순한 자조로만 들을 수 없는 '웃픈'현실입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newstomato.com |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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