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리아밸류업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상장합니다.
한국거래소는 ETF 상장을 앞두고도 밸류업지수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그 때문인지 밸류업지수 발표 후 타 대표 주가지수에 비해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하지만 초과성과의 배경엔 SK하이닉스와 시장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고려아연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밸류업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초과 성과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밸류업 성과 코스피 넘어서…배당지수는 더 올랐는데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밸류업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 12종과 ETN 1종 등 총 5110억원 규모의 13개 지수형 신상품이 4일 주식시장에 첫선을 보입니다.
12개 ETF 중 3종목은 단순히 지수만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적극 운용에 참여하는 액티브형 상품입니다.
이번에 상장하는 ETF 종목들이 좋은 성과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게 되면 더 많은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밸류업지수는 지난 9월24일 종목 선정 기준과 구성종목이 발표된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밸류업과는 거리가 먼 종목들이 일부 지수에 포함된 반면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면서 자발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의 주식은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논란은 밸류업 ETF 출시를 맞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그 사이 밸류업지수의 성과가 양호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을 일부 상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코리아밸류업지수는 발표 후 지난 한 달여간 주식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거래소의 발표 당일 밸류업지수는 996.66이었습니다.
이 지수는 10월31일 984.29를 기록, 이 기간 –1.24%의 하락세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87% 하락했고 밸류업지수처럼 코스닥 대표 종목들이 포함된 KRX100지수는 –3.28%로 낙폭이 더 컸습니다.
상대적 성과에선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린 덕분에 ‘초과 성과’라는 설명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코스피고배당50지수는 0.15% 올라 시장평균은 물론 밸류업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순수하게 배당이라는 주주환원에 집중한 종목들로 구성한 지수가 더 좋은 성과를 냈으니 밸류업지수의 ‘밸류업’ 논란이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 셈입니다.
(표=뉴스토마토)
고려아연·SK하이닉스가 ‘하드캐리’
밸류업지수의 초과 성과에 대해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실제 수익률을 끌어올린 종목이 누구였느냐는 점입니다.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 중 이 기간 상승과 하락을 기록한 종목 수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주가가 오른 종목도 상승률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종목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 지수의 성과를 방어한 모습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려아연입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9월 중순부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9월28일에 이미 7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10월 말의 주가는 100만원에 육박해 42.7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밸류업지수 편입비중에서 10위권 밖에 있던 종목이 7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만큼 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전만 해도 주가가 최고 154만원까지 올랐으니 이 종목이 밸류업지수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고 또 그 돈을 상환하기 위해 유증을 결정하는 기업이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두고도 논란인데, 그 덕에 오른 지수의 초과 성과를 앞세우는 것은 민망한 일입니다.
지수 상승에 이보다 큰 역할을 한 것은 SK하이닉스입니다.
한국 증시의 대표종목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으로 약세에 빠진 사이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6.33%를 기록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13.94%나 올랐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2위에 각각 올라 있는 두 종목의 성과가 이렇게 엇갈리는 경우 코스피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로 인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밸류업지수는 다릅니다.
애초에 종목당 비중 상한선을 15%로 설정해 놓고 시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15%씩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부진해도 SK하이닉스가 더 많이 올랐다면 밸류업지수는 위로 움직입니다.
특히 두 종목의 편입 비중이 30%였고, 현대차, 셀트리온, 기아까지 포함하면 상위 5개 종목 비중이 50%를 넘어 이들의 성과가 지수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3~5위 종목 성적은 부진했지만 그 밑을 고려아연이 받쳐준 덕분에 밸류업지수가 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기록한 것입니다.
결국 밸류업지수의 초과 성과는 실질적인 ‘밸류업’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유로 얻은 것이어서 밸류업의 진짜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밸류업 ETF 상장을 앞두고 고려아연 사태로 인해 밸류업 구성종목에 대한 논란이 더욱 불거진 상황입니다.
새롭게 상장하는 ETF들이 밸류업지수에 대한 냉랭해진 관심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와 별개로 밸류업지수를 대폭 수정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newstomato.com | 김창경 기자
한국거래소는 ETF 상장을 앞두고도 밸류업지수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그 때문인지 밸류업지수 발표 후 타 대표 주가지수에 비해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하지만 초과성과의 배경엔 SK하이닉스와 시장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고려아연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밸류업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초과 성과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밸류업 성과 코스피 넘어서…배당지수는 더 올랐는데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밸류업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 12종과 ETN 1종 등 총 5110억원 규모의 13개 지수형 신상품이 4일 주식시장에 첫선을 보입니다.
12개 ETF 중 3종목은 단순히 지수만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적극 운용에 참여하는 액티브형 상품입니다.
이번에 상장하는 ETF 종목들이 좋은 성과를 기록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게 되면 더 많은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밸류업지수는 지난 9월24일 종목 선정 기준과 구성종목이 발표된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밸류업과는 거리가 먼 종목들이 일부 지수에 포함된 반면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면서 자발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의 주식은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논란은 밸류업 ETF 출시를 맞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그 사이 밸류업지수의 성과가 양호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을 일부 상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코리아밸류업지수는 발표 후 지난 한 달여간 주식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거래소의 발표 당일 밸류업지수는 996.66이었습니다.
이 지수는 10월31일 984.29를 기록, 이 기간 –1.24%의 하락세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87% 하락했고 밸류업지수처럼 코스닥 대표 종목들이 포함된 KRX100지수는 –3.28%로 낙폭이 더 컸습니다.
상대적 성과에선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린 덕분에 ‘초과 성과’라는 설명이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코스피고배당50지수는 0.15% 올라 시장평균은 물론 밸류업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순수하게 배당이라는 주주환원에 집중한 종목들로 구성한 지수가 더 좋은 성과를 냈으니 밸류업지수의 ‘밸류업’ 논란이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 셈입니다.
(표=뉴스토마토)
고려아연·SK하이닉스가 ‘하드캐리’
밸류업지수의 초과 성과에 대해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실제 수익률을 끌어올린 종목이 누구였느냐는 점입니다.
밸류업지수에 포함된 100개 종목 중 이 기간 상승과 하락을 기록한 종목 수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주가가 오른 종목도 상승률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종목이 크게 오르면서 전체 지수의 성과를 방어한 모습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려아연입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9월 중순부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9월28일에 이미 70만원 가까이 올랐지만 10월 말의 주가는 100만원에 육박해 42.7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밸류업지수 편입비중에서 10위권 밖에 있던 종목이 7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만큼 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입니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전만 해도 주가가 최고 154만원까지 올랐으니 이 종목이 밸류업지수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고 또 그 돈을 상환하기 위해 유증을 결정하는 기업이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두고도 논란인데, 그 덕에 오른 지수의 초과 성과를 앞세우는 것은 민망한 일입니다.
지수 상승에 이보다 큰 역할을 한 것은 SK하이닉스입니다.
한국 증시의 대표종목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으로 약세에 빠진 사이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6.33%를 기록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13.94%나 올랐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2위에 각각 올라 있는 두 종목의 성과가 이렇게 엇갈리는 경우 코스피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로 인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밸류업지수는 다릅니다.
애초에 종목당 비중 상한선을 15%로 설정해 놓고 시작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15%씩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부진해도 SK하이닉스가 더 많이 올랐다면 밸류업지수는 위로 움직입니다.
특히 두 종목의 편입 비중이 30%였고, 현대차, 셀트리온, 기아까지 포함하면 상위 5개 종목 비중이 50%를 넘어 이들의 성과가 지수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3~5위 종목 성적은 부진했지만 그 밑을 고려아연이 받쳐준 덕분에 밸류업지수가 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기록한 것입니다.
결국 밸류업지수의 초과 성과는 실질적인 ‘밸류업’과는 크게 상관없는 이유로 얻은 것이어서 밸류업의 진짜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밸류업 ETF 상장을 앞두고 고려아연 사태로 인해 밸류업 구성종목에 대한 논란이 더욱 불거진 상황입니다.
새롭게 상장하는 ETF들이 밸류업지수에 대한 냉랭해진 관심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와 별개로 밸류업지수를 대폭 수정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