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 트럼프 변수까지 직면하게 됐습니다.
바이든정부 정책을 계승하는 해리스와 달리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와 연비 규제 완화 공약을 밝히고 있어 이들 업계에 부정적입니다.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약에 비추면 완성차는 현지 투자를 통한 반사이익이나마 생기지만 상대적으로 배터리는 여러모로 까다로운 환경에 놓일 것이 예측됩니다.
자동차도 어렵지만 배터리가 더 불리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코프로비엠은 신규 시설투자 종료기간을 올해 말에서 2026년 말로 변경했습니다.
투자는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양극활물질 생산능력 확대 등의 내용입니다.
회사는 시점 변경 배경에 대해 “전방시장 수요 변동성 확대에 따른 증설속도 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포스코퓨처엠도 투자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종료일이 9월30일이었는데 지연됐습니다.
회사는 “현지 여건으로 완공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했습니다.
투자 내용은 양극재 제조설비입니다.
제너럴모터스와 합작투자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 분야 미국 진출을 하려던 것입니다.
이런 투자 일정의 조정은 전반적으로 캐즘에 따른 수요 부진 영향이 큽니다.
여기에 미 대선이 접전이라 트럼프 변수까지 겹칩니다.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정책 불확실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시장에 미칠 공약들이 많습니다.
트럼프는 파리 기후협정 탈퇴와 차량 연비 규제 완화를 내걸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로의 회귀를 분명히 합니다.
글로벌 완성차들은 이미 이런 불확실성을 우려해 신규 투자를 줄였지만 현대차는 과감하게 투자를 고수하며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선 앞서나갔습니다.
그런 만큼 반사작용도 클 수 있습니다.
배터리 역시 비슷한 형편입니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당선 시 국내 완성차에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배터리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이미 배터리도 소재분야별로 실적에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삼성, LG, SK 배터리 3사는 미국 보조금을 받는 상황에서도 실적이 부진합니다.
SK온의 경우 내년 미국 신공장을 가동합니다.
이를 통해 내년 IRA 세액공제 혜택이 예상됐는데 트럼프가 기대를 꺼뜨립니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부진이 더 심합니다.
더욱이 트럼프정부는 원산지 규정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중국으로부터 광물을 들여오는 경로가 막힐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자동차 제조 공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트럼프의 중국압박…어부지리 노려야
현대차 등 완성차의 경우 과거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과 높은 관세 정책을 고려할 때 현지화 투자가 도움될 수는 있습니다.
상호관세는 한국과 미국이 이미 무관세라 영향이 없지만,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산에 대해 더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 전망됩니다.
이런 완성차도 전동화 정책이 후퇴할 것은 부담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로 보전할 순 있겠지만 이미 전기차 시설투자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할 시점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여러 부정적 여건 속에도 과거 트럼프정부 아래 미국이 중국을 집중 견제했던 공급망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불리함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날 미국 대선 관련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후 한국의 대미 수출이 장기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산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유의미한 효과가 관찰됐다”면서 “배터리는 대체로 물량보다는 가격 요인에 의해 한국의 대미 수출이 대략 18개월 후부터 증가했으며, 효과가 매우 장기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