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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정치 '국민 무시'…예산안조차 총리 대독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진행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끝내 불참했습니다.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예산안 시정연설에서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겁니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추락하고 '불통'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도 윤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인데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신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의 연설문을 대독했지만, 야권에선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와 그동안의 정책 추진 상황, 이를 토대로 수립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며 "정부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을 통해서도 "현재 추진 중인 개혁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잘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 "국회 무시 참을 수 없다"…입법·인사 무력화 '최다'

 

시정연설은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고, 이명박정부 때까진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매년 직접 시정연설에 나섰는데요. 윤 대통령이 올해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박근혜정부 이후 11년 만에 처음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 공개로 '공천 개입' 의혹이 촉발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해명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시정연설에 불참하자 "국회 무시가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 시작에 앞서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공천개입 통화, 대통령이 해명하라', '윤석열 정권,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을 압박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어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는 민주화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로, (당시) 불참의 이유도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한 대표가 물밑으로 시정연설 참석을 요청한 데 이어 여권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참석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묵살됐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무시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앞서 윤 대통령은 여야 정쟁을 이유로 지난 9월 열렸던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요.

 

국회의 입법과 인사 검증을 무력화시키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임기 중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 수는 총 24건인데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미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을 합산한 14건(노태우 7건, 노무현 4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보다도 10건이나 더 많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한 사례도 벌써 29번째나 됐는데요. 직전 문재인정부(24명)를 넘어서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선 각각 17명, 10명의 장관급 인사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심 이반 심각한데…공천개입 의혹에도 '늑장 대응'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까지 불참해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는데요. 더군다나 민주당은 지난 2일부터 김건희 특검법을 관철시키기 위한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여야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외교 일정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이후인 이달 말쯤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현재 기자회견과 국민과의 대화, 타운홀 미팅 등의 여러 형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녹취가 공개된 이후 한 달 만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늑장 대응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녹취가 다 공개가 안 된 상황에서 대응하기가 애매하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해명했는데 직접 해명조차도 거짓이라면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그래서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이) 계속 침묵으로 갈 수는 없다"며 "어떻게든 입장을 내놓기는 할 텐데 최대한 뒤로 늦추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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