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수습 방안으로 △윤석열 대통령 탈당 △내각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중 내각 총사퇴와 김 장관 해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가 뜻을 모았는데요.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대립이 재연됐습니다.
그간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온 한 대표 측에서는 '출당 조치'까지 만지작거리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 대표의 사이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상황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자충수'로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만큼 여권 내 주도권은 한 대표가 쥘 전망입니다.
문제는 '윤석열 탈당'…"국힘 의원 70%가 반대"
한 대표는 4일 비상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제시한 3가지 풀이법을 언급하며 "의총에서 굉장히 많은 의원의 난상토론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 해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고 내각 총사퇴에 대해서는 '대대적 인적 쇄신' 정도의 대안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친윤계에서도 한 대표의 두 가지 수습책에는 동의한 셈입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듣기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라고 했는데요. 실제로는 윤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놓고 의원들 사이에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집니다.
조경태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현재까지 국민의힘 의원 중 70%가 윤 대통령의 탈당을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조 의원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들이 어제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각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의총에서) 그런 내용이 나오지 못해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고 상당히 실망스러운 의총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당내 다수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친윤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저지한 건데요.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 주장을 굽힐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광관에서 열린 당·정·대 비공개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요구했습니다.
친윤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탈당 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나타낸 겁니다.
친한계는 탈당을 넘어 '출당'까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친한계 중심의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21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이)탈당을 거부한다면 당 지도부는 대통령을 윤리위에 회부하고 출당 조치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계파 갈등 본격화…주도권은 '한동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윤계와 친한계의 분열은 더욱 심화할 전망인데요. 윤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물론 야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서도 계파간 파열음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제출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준석 의원 얘기에 의하면 최소 6명 이상 여당 의원의 탄핵 찬성 의사를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여당의 이탈표 발생으로 통과될 경우 여당 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텐데요. 이미 국민의힘 의원 18명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등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표결 당시에도 약 4표의 이탈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미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에서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한 대표가 여권 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도 "군이 반헌법적 계엄에 동조하고 부역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윤 대통령과 선을 그었습니다.
미래 권력으로서의 선명성을 부각한 겁니다.
한편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마당에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탈당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권 내에서 윤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건 안 의원이 처음인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