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근거 없는 괴담"(8월26일),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9월2일·이상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 "어떤 국민이 계엄령을 용납하겠냐."(9월 3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하지만 그로부터 약 3개월 후 괴담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 중심엔 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라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떠돌던 '계엄 시나리오'의 핵심은 계엄 관련 정부·군 주요 직위에 김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 등이 포진, 이들이 12·12 쿠데타를 일으킨 '하나회'처럼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김 장관이 대통령실 경호처장 시절, 공관에서 '특전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방첩사령관'과 만나 '비밀회동'을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올해 초 이 장관의 방첩사령부 방문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던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도 '충암파 비밀회동'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 무대에서 시가행진을 바라보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계엄 시작은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건 김용현 장관입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데요. 김 장관은 국방부 장관 지명 전 초대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계엄을 준비하는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는데, 정부 개정안대로라면 경호처장이 '경호처 요원 700여명·경찰 1300명·군 병력 1000명' 등 모두 약 3000명을 자신의 지휘권 아래 거느리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경호처장이 김 장관입니다.
계엄 선포 시 시민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결국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 끝에 2023년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로 바꿔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계엄 준비설은 김 장관이 지난 8월12일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김 장관이 경호처장 재직 시절 공관에서 충암고 출신인 여인형 방첩사령관·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 모여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야권에서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 9월2일 국회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으니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은 지속해서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제기했습니다.
올해 초 또 다른 '충암고 4인방 비밀회동'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번엔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 장관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해서 부대 현황 간담회를 갖고 방첩사에 (근무하는) 충암고 출신 3명과 식사를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하면서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건 이례적인 동시에,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병주 "충암고, 가장 큰 리스크"…김민석은 4개월 전 '예언'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CBS 2시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이자 핵심 측근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국방장관과 행안장관인데 두 사람 모두 충암고 출신이다.
이 경우 합리적 판단을 한다든가 중간에 제동을 걸어줄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이런 구조가 가장 큰 위험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여러 정황 증거가 있다.
계엄이 선포되면 핵심은 국방부 장관과 수방사령관, 계엄사령관 3명"이라며 "이들이 경호처장 공관에서 비밀 회동을 하고 이상민 장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하는 일들 모두 비상적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처음 제기한 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며 "(윤석열정권은)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 바란다.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9월20일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한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최정예로 불리는 특전사 1공수여단이 완전무장 상태로 국회에 투입됐습니다.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로 통행이 제한되자, 계엄군은 무장 헬기를 타고 국회에 상륙했습니다.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는 문이 막혀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4일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령에 대한 해제 요구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하자, 계엄군은 철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쯤 담화를 통해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며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담화 직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newstomato.com | 박현광 기자
그 중심엔 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 라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떠돌던 '계엄 시나리오'의 핵심은 계엄 관련 정부·군 주요 직위에 김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 등이 포진, 이들이 12·12 쿠데타를 일으킨 '하나회'처럼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김 장관이 대통령실 경호처장 시절, 공관에서 '특전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방첩사령관'과 만나 '비밀회동'을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올해 초 이 장관의 방첩사령부 방문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던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도 '충암파 비밀회동'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 무대에서 시가행진을 바라보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계엄 시작은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건 김용현 장관입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데요. 김 장관은 국방부 장관 지명 전 초대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계엄을 준비하는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윤석열정부는 2022년 11월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는데, 정부 개정안대로라면 경호처장이 '경호처 요원 700여명·경찰 1300명·군 병력 1000명' 등 모두 약 3000명을 자신의 지휘권 아래 거느리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경호처장이 김 장관입니다.
계엄 선포 시 시민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결국 시행령 개정안은 논란 끝에 2023년 5월 '지휘·감독' 대신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한다'는 문구로 바꿔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계엄 준비설은 김 장관이 지난 8월12일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김 장관이 경호처장 재직 시절 공관에서 충암고 출신인 여인형 방첩사령관·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과 함께 모여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야권에서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 9월2일 국회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으니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야권은 지속해서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제기했습니다.
올해 초 또 다른 '충암고 4인방 비밀회동'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번엔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 장관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해서 부대 현황 간담회를 갖고 방첩사에 (근무하는) 충암고 출신 3명과 식사를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하면서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건 이례적인 동시에,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병주 "충암고, 가장 큰 리스크"…김민석은 4개월 전 '예언'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CBS 2시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이자 핵심 측근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국방장관과 행안장관인데 두 사람 모두 충암고 출신이다.
이 경우 합리적 판단을 한다든가 중간에 제동을 걸어줄 사람이 없을 수 있다.
이런 구조가 가장 큰 위험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여러 정황 증거가 있다.
계엄이 선포되면 핵심은 국방부 장관과 수방사령관, 계엄사령관 3명"이라며 "이들이 경호처장 공관에서 비밀 회동을 하고 이상민 장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하는 일들 모두 비상적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처음 제기한 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며 "(윤석열정권은) 탄핵 국면에 대비한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기 바란다.
계엄령 준비 시도를 반드시 무산시키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9월20일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다.
(이미지=뉴시스)
한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최정예로 불리는 특전사 1공수여단이 완전무장 상태로 국회에 투입됐습니다.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로 통행이 제한되자, 계엄군은 무장 헬기를 타고 국회에 상륙했습니다.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는 문이 막혀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4일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령에 대한 해제 요구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하자, 계엄군은 철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쯤 담화를 통해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며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담화 직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