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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종합 HUG에 가려진 주금공 '적자'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둘러싼 재정 악화 문제는 화두였습니다.

국토위 위원 30명 중 13명이 HUG 재정 실태에 우려 목소리를 냈습니다.

급증하는 전세보증 사고로 인해 설립 이래 최대 적자가 발생하는 등 2년째 당기 순손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서민 전세보증금 보호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HUG에 부담을 떠넘겼다"며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HUG 만큼이나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입니다.

HUG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주금공 역시 국감에서 재정 문제가 언급됐습니다.

지난달 14일 정무위원회 국감 현장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주금공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보통(C) 등급'을 받았다"며 "지금 이 상태라면 2년 뒤 부채 비율이 1000%를 넘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금공의 부실해진 곳간은 경영지표가 말해줍니다.

지난달 주금공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만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세자금 보증 전체 현황'에 의하면 주금공의 전세자금 보증사고 금액(건수)은 지난해 7100억원(1만314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4909억원(9728건)보다 2191억원(44.6%) 늘어난 것입니다.

올해 8월 기준 보증사고는 이미 5357억원(9732건)에 달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익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출연금 증감분을 반영하지 않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AUP) 기준 2년째 적자입니다.

지난해 고유계정과 기금계정을 더한 당기순이익은 -3755억원으로, 전년(-282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3472억원 증가했습니다.

주금공 측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공시한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주택저당증권(MBS) 할인발행 등에 따라 주택 저당 대출 채권 평가 및 처분 순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주금공과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위는 정부 예산을 심의·편성하는 기재부에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 출자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곳간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주금공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수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지급보증배수 여력이 충분하다"며 "현재 공사 재정이 흑자로 건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업 환경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도 하고 있다"고 보탰습니다.

특히 AUP 기준으로 재무 상태가 악화하는 것에 대해 "금융기관 출연금이 제외된 수치"라며 "금융기관 출연금 이익 반영 시 흑자가 증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정부 출자가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지급 보증 배수 관리 등 자구책을 통한 주금공의 개선 노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나 2년 연속 곳간이 비어가는 정부 눈치를 살펴 출자 신청을 하지 못 한 거라면 말은 달라집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000억원 '세수 펑크'를 냈습니다.

올해도 30조원가량 결손이 예상됩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데다 디딤돌 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을 놓고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간 이견이 발생하며 정책 일관성까지 잃은 상황입니다.

 

주금공이 HUG와 같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아닐까요. 주금공 스스로 작성한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는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 확대 시 안정적인 지급보증배수 유지를 위해 자본금 출자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주금공 비전은 '국민 주거행복을 책임지는 지속 가능 주택금융의 선도기관'입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 정책을 이어가려면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금 공급자인 정부보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 눈치를 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HUG에 의해 가려진 '적자'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듯 외면하지 않길 바랍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본사 사무실이 입점해있는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 건물 전경. (사진=주금공)



newstomato.com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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