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다 잠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 온 한 대표는 현재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전면전도 불사하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해 왔는데요.
한 대표의 '쇄신'이 당정 갈등만 부각시키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때문에 한 대표가 쇄신의 대상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실패한 당대표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친윤 대 친한…'전면전' 불사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변화와 쇄신'을 주제로 오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한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당 쇄신에 초점을 맞춰왔는데요.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쇄신의 속도를 더 높일 전망입니다.
한 대표의 지난 100일을 되짚어보면 변곡점이 많았습니다.
지난 8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에 반대한 이후, 의대 증원 1년 유예 문제, 김건희 여사 사과 문제 등을 놓고 번번이 윤 대통령과 충돌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정 갈등'은 파국 직전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체제 지도부의 만찬은 무기한 연기되면서 당정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난 21일 윤·한 면담이 성사되긴 했지만 독대에서 격이 낮춰지기도 했고, 성과없는 '빈손 면담'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의 제안이 반복적으로 묵인되면서 이른바 '허수아비 당대표'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을 지켜내면서 한 대표는 당 쇄신을 다시 전면에 내거는 차별화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쇄신의 고리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놓고 여권 분열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법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추진하면서입니다.
다음 주 초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 논의를 위한 당 의원총회가 예고되는데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전면전까지 거론됩니다.
범침윤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인터뷰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는 우리 정책 사안이고, 정책을 가지고 의총에서 표결한 적이 거의 없다"며 "표결은 분열의 시초가 되고, 결국 공멸로 가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여러 차례 하겠다고 우리가 공언을 한 바가 있고. 역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모든 분들이 빨리 특별감찰관을 도입하라고 본인들 입으로 얘기하셨다"며 "만약에 '특별감찰관 안 할래'라고 투표를 하고, 그런 쪽으로 다수 의견이 모아졌을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당보다 우선시되거나 앞설 순 없다"며 "공개 의총을 통해서 토론과 표결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총선 패배도 '김건희'…백서에 '23차례' 등장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총선백서에도 현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총선백서가 평가하는 총선 패배의 첫 번째 이유는 '불안정한 당정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입니다.
여기엔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에 대한 지적이 담겨있습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에 '김건희'(여사 표현 포함)는 총 23차례나 등장합니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윤석열정부가 집권했지만, 친윤그룹의 득세로 김 여사 관련 논란에서 공정과 상식 이미지가 사라져 버린 게 사실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총선백서에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은 물론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총선에 패배했다고 진단하는데요.
현재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를 놓고 대외활동 자제와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사항별 해소 협력 등 3대 요구를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신설까지 압박하고 있는데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제도가 친윤계의 반대로 무산되고, 3대 요구를 끝내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친윤계가 본격적으로 한 대표에게 반기를 들며 당 운영 전반에 대해 문제 삼을 경우 계파 갈등에 따른 여권 분열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