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대신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통해 국면을 전환한다는 포석인데요. 국민적 관심사인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가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민심 대신 '윤심'…이재명 때릴 땐 '당정 일체'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총출동했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사흘 앞두고, 공세에 나선 겁니다.
한 대표는 민주당 장외집회를 '판사 겁박 무력시위'로 규정하며 이 대표를 집중 비판했습니다.
그는 "극소수 (시위) 꾼이 시민 안전, 주말 평온을 위협하고 있다"며 "왜 한 사람의 범죄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또 그걸 정상화하기 위해 이런 에너지가 소비돼야 하냐"고 따졌습니다.
그러면서 "무력시위는 장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법원에 선심성 예산을 던지면서도, 법관을 비하하는 막말을 내뱉고, 시위까지 한다.
이 모든 일이 정당한 판결을 막기 위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국민의힘은 이틀 연속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띄우며, 단일대오로 '김건희 특검법'(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맞서는 모습입니다.
친윤(친윤석열)계뿐 아니라, 친한(친한동훈)계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 수정안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특검법 수정안은 '여당 분열을 노리는 민주당 꼼수'라는 겁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한 대표도 특검법 수정안에 반대한다"며 "대통령이 사과했고, 변화해 민심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특검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대통령 탄핵의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며 "재표결에서 이탈표는 지난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훈식 '내로남불'에…여권 공멸 우려
실제 한 대표의 발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기준으로 크게 달라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요구를 일부 수용하자 '쇄신 계기가 마련됐다'며 보수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를 두고 '특검법 수정안 논의가 여권 분열로 이어질 경우, 부담이 크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한 대표는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을 비판하고 있지만, 본인 역시 특검과 별개 사안인 특별감찰관을 띄우며 '김건희 방탄'을 자처하고 있는 셈입니다.
민주당이 특검법에 이른바 '독소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지만, 한 대표는 전날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특별히 할 말 없다"며 짤막한 답을 내놨을 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 대표의 결심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10월15~1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무선전화면접 100%·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3%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도입할 필요 없다'는 의견은 26%에 그쳤습니다.
이에 한 대표에게 기대를 보냈던 민심마저 이반하면,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통령 지지율을 웃돌며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을 보이던 여당 지지율은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전주보다 3%포인트 떨어지며 동반 하락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