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매매가격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달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118.0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 역시 119.6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8월 35.9%(1만7656건 중 6339건)에서 9월에는 41.9%(1만3470건 중 5644건)로 증가했습니다.
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대단지 준·신축급 아파트에서 월세가 급증한 곳이 늘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보증금 5억원, 월세 175만원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동일 면적이 지난 7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90만원 조건으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월세가 약 2배 올랐습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도 보증금 8억원에 월세 500만원으로 계약했습니다.
이는 전달 대비 100만원가량 오른 금액입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보증금 1억원, 월세 36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연초 보증금 1억100만원, 월세 300만원에서 20%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현재 호가는 보증금 1억원 기준으로 월세 380만원까지 나와있습니다.
한 달 월세가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도 142건으로 집계됐으며, 2000만원이 넘는 거래도 15건에 달했습니다.
빌라·오피스텔 월세 등 다른 주택 유형의 월세도 동반 상승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9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통가격지수는 한 달 전보다 0.15%(101.67→101.82)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월세지수 역시 전월 대비 0.13%(101.21→101.34) 올랐습니다.
이처럼 월세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강화한 대출 규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최근 시중 은행들은 집주인의 갭투자를 막겠다며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해 대출 문턱을 높였는데요. 전셋값이 오른 데다 전세대출 금리까지 오르며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내후년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들며 이에 따라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3만6000가구, 2026년에는 7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입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월세 시장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초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전세사기나 자금 마련의 어려움으로 세입자들이 월세시장으로 밀려 나가 월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게 되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