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새벽 한 외신방송에 긴급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번 사태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집권 후 마주해 온 위기들을 소개하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도박'에 나섰지만, 되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미 언론 "미국인도 주목해야 할 장면"
미국 <AP통신>과 <로이터통신>, <CNN> 등은 현지시간(3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발표한 긴급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북한에 동조(종북)하고 반국가 활동으로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밝혔습니다.
<AP통신>은 "윤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2022년 집권 이후 야당이 장악한 국회에 맞서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년 예산안을 놓고 민주당과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일련의 스캔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대한 요구를 일축했다"며 "정적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비상계엄령으로 한국의 국가 운영 및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은 야당의 행위로 정부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통해 자유 민주 국가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등과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속보로 잇따라 내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1980년대 이후 민주적이라고 여겨온 한국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윤 대통령이 예고되지 않은 심야 텔레비전 연설에서 계엄을 선포하며 한국의 제1 야당이 북한에 동조하고 반국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이 어떤 조처를 할지는 말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의회 다수당인 야당 민주당이 검찰 수뇌부를 탄핵하고 정부 예산안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인도 주목해야 할 장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2020년 당시 대선 패배할 경우에 대비해 언급했던 '계엄령'이 바로 이 모습"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홈페이지 첫 기사로 "한국 대통령 계엄령 선포" 기사를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속보를 전하는 '라이브' 뉴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NYT>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화요일 야당이 '내란'을 획책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전복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군사 독재가 종식된 이후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2022년 대통령에 당선된 윤 대통령은 다수당인 야당과 지속적으로 정치적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고 썼습니다.
전 세계 '깜짝'…"처절한 도박"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이 이번 행동을 통해 "정권을 살리려는 듯했지만, 대신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며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령 선포는 바닥난 대중적 인기에 직면한 가운데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한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를 긴급 소식으로 타전한 데 이어 홈페이지에 뉴스 라이브 페이지를 편성해 관련 소식과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한국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상단에 톱 뉴스로 배치하면서 윤 대통령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비상계엄 선포를 보도하고 나섰는데요. <NHK> 방송은 윤 대통령이 긴급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내년 예산안 국회 심의에서 야당이 반발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국방부가 군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하면서 "11월에 임기 절반이 지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전후로 저조해 사태를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 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비상계엄 선포를 속보로 내보냈습니다.
<신화통신>은 비상계엄 선포를 긴급뉴스로 타전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최대 검색 포털 '바이두'에서도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검색어 1위에 올라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