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시끌벅적하던 2016년 12월12일. 그날도 경기도 성남시청으로 출근하며 이재명 시장의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신기한 일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저녁에 영화 시사회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을 만나 대담을 한다는 겁니다.
시사회 영화의 제목은 <나의 살던 고향은>이었습니다.
고구려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김용옥 선생이 중국 만주의 고구려 유적지를 찾아가서 고구려 역사를 강의하고, 유적지를 찾은 소감을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이 시장이 참석하는 시사회는 성남시 분당구 CGV오리에서 오후 7시쯤 진행됐습니다.
저는 역사 분야를 좋아하는 데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영화표를 사서 시사회에 입장했습니다.
영화는 90분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 시장과 김용옥 선생의 대담이 영화 상영 후에 진행됐는지, 영화가 끝나고 진행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시 일을 기록해 둔 수첩을 찾아봐도 그 부분은 적혀 있지 않더라고요.
2016년 12월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CGV오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도올 김용옥 선생의 대담이 진행됐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담에서 두 사람은 처음엔 서로에 대한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김용옥 선생은 이 시장을 향해 "거대한 역사의 혼류 속에 이재명이 있어 든든하다"며 "뭔가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는 국민은 누구나 이재명 스타일을 원한다"라고 했습니다.
이 시장은 "우리의 고대사를 찾아 기록으로 남기고 정리해서 영화관에서도 발표하는 건 새로운 시도"라며 "고대사를 되찾기 위한 노력, 정신적 자산을 찾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습니다.
김용옥 선생은 이 시장이 어떤 말을 해도 매번 "고구려 정신 회복"을 강조하며 끝을 냈습니다.
이 시장은 김용옥 선생이 무슨 말을 하든지 "억강부약"을 강조했습니다.
서로 겉도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기록하는 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두 사람의 대담이 영화 상영 전인지, 영화 상영 후인지 기억났습니다.
대담을 먼저 하고, 그 이후에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왜 이걸 기억하느냐면, 대담 이후 너무 피곤해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졸았거든요.
(계속)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