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라는 간판이 붙으면 동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퇴임 후 평가가 달라졌다면 자랑이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직에 있는 한 그런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겠죠.
여기저기서 '충암비밀회동', '충암파'라는 말이 나옵니다.
비상계엄령 선포를 주도한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군수뇌부들이 모두 충암고등학교 출신이라고 합니다.
출신 고등학교가 이토록 부끄러워지는 때가 올 줄 몰랐습니다.
격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피눈물이 나는 심정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학교 이름 두 글자를 가슴에 늘 품고 다닐만큼 대단한 명문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똘끼 가득한 야구부와 명성 높은 바둑부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한 학년에만 900명이 넘는 바글바글한 남자들 사이에서 인생의 가장 황금같던 시기를 보냈고, 동창들과 그 추억을 안주삼아 소주 한 잔하는게 낙이 되는 그런 나이가 됐습니다.
나와 아무 연관 없는 사람이라도 같은 공간을 추억하는 이라면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친한 형동생이 되고 기쁨을 나누고 어려움을 덜어주는 사이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어쩌다 실패한 반란을 주도한 '반란수괴' 선배님들을 갖게 됐는지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창 꿈을 키우며 학업에 매진하고 있을 후배들은 이제 여기저기서 '계엄고'에 다닌다고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교에는 교가말고도 응원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야구장에서 학교 야구부를 응원하기 위해 부르던 노래였죠. 이런 가사가 있었습니다.
"충암 충암 일어섰다.
한데 뭉쳤다"
선배님들 한데 뭉치신 건 맞네요. 그런데 한 곳에 뭉치셔서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신 겁니까.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