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장사 망치려고 작정을 했네… 비상계엄은 무슨 개ㄴ이 비상 일세~"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세종 관가 인근 밥집들이 즐비한 타운 내 한 주막집. 갑작스런 주인장 대곡은 정신이 어지럽도록 시끄럽게 떠들고 지껄이는 소리를 압도했다.
공무원 반, 기자가 반일 정도로 빼곡히 자리한 주막집에는 달큰하게 취기 어린 표정들이 주인장을 응시했다.
'뭔 소리야. 뭔일 났어?' 서로 어리둥절 되묻던 찰라, 볼륨을 올린 텔레비전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연설'.
"엇 딥페이크인가?, 가짜뉴스아냐? 계엄령 선포가 사실이면 전 국민 문자라도 왔을 텐데…" 연신 휴대폰 문자를 뒤적거려 보지만 꿈인지 생시인지.
달큰했던 술이 갑자기 쓰다.
걸쭉하게 들이킨 저녁 반주가 아쉬워 빈대떡 집을 찾았건만 '술 맛 뚝 떨어지네 그려~'
공무원들, 기자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를 박찼다.
이구동성 '에이~'라며 푸념을 내뱉는 소리는 3일 밤 동장군 속에 메아리쳤다.
지난 4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경찰 차량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술자리를 뒤로 하고 <긴급 현황 공지>를 받아든 몇몇 공무원들은 긴급 소집됐고 대기 명령이 하달됐다.
기자들도 야심한 밤인데도 일사분란하게 청사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세종 관가를 출입하는 기자들로서는 세종청사 출입 폐쇄 여부가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세종청사의 입주 기관은 22개의 중앙행정기관과 16개 1차 소속기관 등으로 이뤄진 용의 형상으로 한 바퀴를 모두 돌아보려면 엄동에도 제법 땀 좀 흘려야할 거리다.
그래 술도 깰 겸 한번 돌아보자. '요즘 운동량도 부족했는데 달밤에 체조한다고 생각하지…'라는 생각도 잠시. 이날 영상 날씨는 유독 매서웠다.
3일 밤 11시가 넘어갈 무렵. 훌쩍이는 코와 콩콩 언 손을 연신 비비며 집에나 가자고 발길을 돌리는 사이 공무원들의 분주한 발길이 이어졌다.
이미 세종청사 내 모든 정문은 폐쇄됐고 일명 쪽문으로 불리는 회전문만 출입이 가능했다.
(출입증 소지자는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네)
카톡~ 아는 취재원으로부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21세기에 이따위 계엄령이. 이게 뭔 날벼락이람.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지만 연신 육두문자가 절로 쏟아진다.
겨울철 흐릿한 세종 청사의 밤공기는 베트맨에 나오는 고담시를 방불케하다보니 섬뜩함까지 밀려오는 세베리아(세종시+시베리아 합성어).
문뜩 심리학자인 마사 스타우트 저서가 떠오른다.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7번 염색체의 결실로 인한 희귀 질병인 윌리엄스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매우 사교적으로 집안 금고까지 열어 보이는 등 신뢰성이 짙은 반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 소시오패스는 거짓말, 기만행위 등을 일삼는다.
잘못된 행동임에도 목적만 정당하다면 수단·방법 따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독재를 21세기에 또, 분노까지 밀려온다.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는 민낯의 '친위 쿠데타'.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을 주문한 하루 만에 꺼내든 계엄령 선포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 음식점 거리에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밤 중 비상계엄과 해제를 겪은 세종관가는 다음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공직기강 확립과 복무 관리 강화 지침이 내려졌다.
각 부처별로 대외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청사 인근 식당가는 저녁 예약 취소 사태를 맞아야했다.
"가게 운영하기 팍팍하다"는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 '장사 망치려 작정한다'는 주막집 주인장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세종 인근 식당가는 비상이 걸릴 때 마다 걱정을 토로한다.
공무원들이 팔아주지 않으면 먹고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굳이 세종까지 내려와 식당을 차리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세종관가 주변 상권이 '불황'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을 주문해놓고 되레 망치고 있으니 개탄스럽지 않은가.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newstomato.com | 이규하 기자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세종 관가 인근 밥집들이 즐비한 타운 내 한 주막집. 갑작스런 주인장 대곡은 정신이 어지럽도록 시끄럽게 떠들고 지껄이는 소리를 압도했다.
공무원 반, 기자가 반일 정도로 빼곡히 자리한 주막집에는 달큰하게 취기 어린 표정들이 주인장을 응시했다.
'뭔 소리야. 뭔일 났어?' 서로 어리둥절 되묻던 찰라, 볼륨을 올린 텔레비전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연설'.
"엇 딥페이크인가?, 가짜뉴스아냐? 계엄령 선포가 사실이면 전 국민 문자라도 왔을 텐데…" 연신 휴대폰 문자를 뒤적거려 보지만 꿈인지 생시인지.
달큰했던 술이 갑자기 쓰다.
걸쭉하게 들이킨 저녁 반주가 아쉬워 빈대떡 집을 찾았건만 '술 맛 뚝 떨어지네 그려~'
공무원들, 기자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를 박찼다.
이구동성 '에이~'라며 푸념을 내뱉는 소리는 3일 밤 동장군 속에 메아리쳤다.
지난 4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경찰 차량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술자리를 뒤로 하고 <긴급 현황 공지>를 받아든 몇몇 공무원들은 긴급 소집됐고 대기 명령이 하달됐다.
기자들도 야심한 밤인데도 일사분란하게 청사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세종 관가를 출입하는 기자들로서는 세종청사 출입 폐쇄 여부가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세종청사의 입주 기관은 22개의 중앙행정기관과 16개 1차 소속기관 등으로 이뤄진 용의 형상으로 한 바퀴를 모두 돌아보려면 엄동에도 제법 땀 좀 흘려야할 거리다.
그래 술도 깰 겸 한번 돌아보자. '요즘 운동량도 부족했는데 달밤에 체조한다고 생각하지…'라는 생각도 잠시. 이날 영상 날씨는 유독 매서웠다.
3일 밤 11시가 넘어갈 무렵. 훌쩍이는 코와 콩콩 언 손을 연신 비비며 집에나 가자고 발길을 돌리는 사이 공무원들의 분주한 발길이 이어졌다.
이미 세종청사 내 모든 정문은 폐쇄됐고 일명 쪽문으로 불리는 회전문만 출입이 가능했다.
(출입증 소지자는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네)
카톡~ 아는 취재원으로부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21세기에 이따위 계엄령이. 이게 뭔 날벼락이람.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지만 연신 육두문자가 절로 쏟아진다.
겨울철 흐릿한 세종 청사의 밤공기는 베트맨에 나오는 고담시를 방불케하다보니 섬뜩함까지 밀려오는 세베리아(세종시+시베리아 합성어).
문뜩 심리학자인 마사 스타우트 저서가 떠오른다.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 7번 염색체의 결실로 인한 희귀 질병인 윌리엄스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매우 사교적으로 집안 금고까지 열어 보이는 등 신뢰성이 짙은 반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 소시오패스는 거짓말, 기만행위 등을 일삼는다.
잘못된 행동임에도 목적만 정당하다면 수단·방법 따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독재를 21세기에 또, 분노까지 밀려온다.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는 민낯의 '친위 쿠데타'.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을 주문한 하루 만에 꺼내든 계엄령 선포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인근 음식점 거리에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밤 중 비상계엄과 해제를 겪은 세종관가는 다음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공직기강 확립과 복무 관리 강화 지침이 내려졌다.
각 부처별로 대외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청사 인근 식당가는 저녁 예약 취소 사태를 맞아야했다.
"가게 운영하기 팍팍하다"는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 '장사 망치려 작정한다'는 주막집 주인장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세종 인근 식당가는 비상이 걸릴 때 마다 걱정을 토로한다.
공무원들이 팔아주지 않으면 먹고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굳이 세종까지 내려와 식당을 차리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세종관가 주변 상권이 '불황'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을 주문해놓고 되레 망치고 있으니 개탄스럽지 않은가.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