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친위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이를 가능하게 한 IT 인프라, 그리고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5분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고 기습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자정을 얼마 남기지 않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언론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된 비상계엄 소식은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의 기민한 대응을 이끌어냈는데요. 그 결과 큰 충돌 없이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는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엄 상황 속 계엄사는 포고령을 통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며 언론 통제를 주요 목적으로 설정했는데요.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 계엄 당시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 검열’ 포고령과 유사합니다.
언론을 통제해 눈과 귀를 가림으로써 국민을 속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 이러한 목적이 관철되지는 못했지만, 시도 자체도 오판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과거와는 달리 언론사는 특보를 통해 라이브로 방송을 송출했고, 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실시간 상황이 공유되는 등 계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옛날처럼 언론과 출판을 장악했다고 일방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았겠지만, 시도가 성공했다면 사회는 잘못된 계엄에 저항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잘못된 계엄에 항의하는 시민들이나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아무 것도 모르고 가만히 있거나 계엄에서 주장하는 종북 세력이라고 하는 가상 세력들에게 혐오감을 갖는 것 등을 피할 수 있었는데, 그 점에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유효하게 작용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전통 언론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짚었는데요. 그는 “새로운 소통 수단들이 현장을 빠르게 보여주지만 사실 검증 과정이 없어 왜곡되거나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라며 “언론이 장악되지 않음으로 인해 제대로 보도를 하고 신중하게 잘못된 점을 짚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계엄이 진행되지 못하고 끝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긴박 상황 소통 끊기지 않은 IT 인프라
이러한 언론과 SNS 등 미디어 환경의 실시간 소통이 유려하게 이어졌던 것은 IT 강국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덕분이었는데요. 많은 접속자로 인해 트래픽이 몰렸지만, 통신망 등의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포털의 경우에는 카페와 댓글 등 일부 서비스에 접속자가 몰려 오류가 발생하긴 했지만, 메신저, 뉴스 등 주요 서비스는 원활하게 운영이 됐는데요. 특히 네이버뉴스는 뉴스 페이지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계엄 선포의 밤 당시 역대 최대 트래픽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양사 모두 서비스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경영진을 포함한 비상 대응 체제를 운영했고, 재난 상황을 염두해 구축해 놓은 BCP(업무 연속성 계획)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이번 계엄 사태 때는 과거 재난 상황과는 다른 정보 소비 패턴도 눈에 띄었는데요. 네이버 관계자는 “예전 재난 상황 트래픽이 몰렸을 당시와 비교해 단순 정보 확인에 그치지 않고 댓글을 달거나 커뮤니티로 이동하는 등 이용자들의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져 체류시간도 함께 폭증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은 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와 함께 가짜뉴스를 자발적으로 정정하는 등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으로도 이어졌는데요. 시시각각 공유된 상황을 토대로 국회로 달려가 긴박했던 국회 상황을 돕는 등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은 어두웠던 ‘서울의 밤’을 종식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