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비상계엄 선포가 해제된 이후에도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대출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대출 금리가 다소 진정되는 듯 하다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고채 금리 들썩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41%포인트 오른 2.626%로 집계됐습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0.034%포인트, 0.052%포인트 오른 2.640%와 2.765%를 기록했습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11월 말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당일인 지난달 28일 국고채 3년물은 2.638% 기록한 이후 29일 2.607%, 이달 2일 2.567%로 꾸준히 떨어졌습니다.
국고채 5년물, 10년물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됐습니다.
국고채 3년물은 3일 전날 대비 0.018%포인트 오른 2.585%를, 4일은 0.041%포인트 오른 2.626%를 기록했습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역시 상승 전환했습니다.
통상 국고채 금리가 치솟으면 국내 회사채와 은행채 등도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국채의 경우 대외 신뢰도 큰 영향을 끼치는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노출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는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채권의 핵심은 신용이기에 신용이 낮을수록 값비싼 이자를 치러야 하는 구조입니다.
은행채(무보증·AAA) 금리의 경우 5년물 2.960%, 10년물 3.310%로 집계됐습니다.
전날 5년물 2.923%, 10년물 3.257%에서 각각 0.037%포인트, 0.053%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앞서 은행채 금리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로 내려간 시장금리를 반영해 하락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여신상품 금리도 하락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준금리 하락 효과 상쇄되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또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3.446~5.33% 수준입니다.
지난달 주담대 금리 하단이 4%대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입니다.
국민은행의 주기형(5년) 주담대 최저금리는 11월 4일 기준 연 4.13%에서 이날 3.84%로 0.2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연 4.23%에서 연 3.85%로, 하나은행은 연 3.8%에서 3.446%로, 우리은행은 연 4.47%에서 연 4.13%로 주담대 최저금리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대출금리를 다시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고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와 연동돼 있습니다.
최근 혼란으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전환한 만큼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거래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엄 사태 여파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폭이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이 대출금리를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며,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영향 대비해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국고채 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채권 금리 변동이 현재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 대출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언제 어떻게 또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대출금리 변동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과거 대통령 탄핵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자금이탈 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상무는 "우리나라의 불확실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긴 하다"면서도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하한 이후 국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