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하며 모처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면에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지난 여름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 빈도가 잦아지면서 채소류의 생육 부진이 한층 심화한 탓인데요. 여기에 석유류가 전체 물가 상승세를 끌어내린 착시효과도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정부는 단기적인 신선식품 물량 공급책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장기 측면의 수급 안정 방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채소류 가격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7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100)로 1년 전 대비 1.3% 상승하며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1%대를 나타낸 것은 지난 2021년 2~3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중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 신선식품지수는 같은 기간 1.6% 오르며 평균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지난달 채소류의 경우 15.6% 오르며 2022년 10월 22.1% 이후 2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배추가 1년 새 51.5%, 무는 52.1%로 높은 오름폭을 나타냈습니다.
또 상추는 전년 대비 49.3% 오르며 2022년 7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찍었고, 호박은 44.7%, 토마토도 21.3%로 상승폭이 컸습니다.
실제로 주요 채소 가격의 상승세는 뚜렷한 추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배추 가격은 1포기당 4549원으로 1년 전 3627원보다 900원 이상 비싼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같은 기간 무는 1개당 1799원에서 2901원으로 61.26% 치솟았고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당 1151원에서 1629원으로 41.53%나 올랐습니다.
채소류 가격의 고공행진은 올해 가을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 및 폭우 여파 탓이 큽니다.
예년 대비 이상 기후 발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배추, 상추 등의 생육 부진이 이어졌고, 농민들이 수확에 어려움을 겪는 어려움이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채소 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졌음에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실정인데요. 이는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세 둔화를 견인했기 때문입니다.
석유류의 경우 1년 전 높았던 가격의 기저효과로 인해 -10.9%를 기록, 전체 물가를 0.46%포인트나 끌어내렸습니다.
이처럼 채소류 물가 상방 압력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김장 물가 잡기에 나섰습니다.
배추와 무의 계약 재배 물량을 각각 2만4000톤, 9000톤 공급하고, 고추, 마늘, 양파 등 양념 채소의 경우 정부 비축 물량 2000톤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인데요. 그럼에도 업계는 보다 장기적 측면의 신선식품 수급 안정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조언합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은 기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가격 변동성이 다른 가공품이나 제조품 대비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예측이 어려운 불가피한 측면도 존재한다"면서도 "기후 변화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서는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작물 재배 면적의 사전 조정, 농민 보호를 염두에 둔 수입 다변화 정책 등에 대해 차분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류 매대에 놓인 배추 및 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