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총국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전날인 6일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신형 극초음속 IRBM 시험발사를 지도했으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했다며 이렇게 전했습니다.
통신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평양시 교외의 발사장에서 동북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는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였다"며 "1차 정점 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비행하여 1500km 계선의 공해상 목표가상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했는데요. 이어 "신형극초음속 미사일의 발동기동체 제작에는 새로운 탄소 섬유 복합 재료가 사용됐다"며 "비행 및 유도조종체계에도 이미 축적된 기술들에 토대한 새로운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이 도입됐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의 시험은 변화되는 지역의 안전환경에 부합되게 잠재적인 적수들에 대한 전략적억제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제고해나가기 위한 국방력발전계획사업의 일환"이라고도 했습니다.
통상 대기권 내에서 '마하 5'(시속 6120㎞) 이상 속도로 비행하면서 일반적 포물선 탄도 궤도와 다른 변칙 궤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은 '게임 체인저'중 하나로 꼽히는데, 기본적으로 탄도 미사일 요격을 위해 설계된 현대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극초음속미사일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정도이고 한국도 개발 중입니다.
김정은 "이러한 무기체계 보유한 나라,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
김 총비서는 미사일 발사 실험 뒤에 "현 시기 적대 세력들에 의하여 국가에 가해지는 각이한 안전 위협에 대처하여 우리가 극초음속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같은 위력한 신형무기체계들을 부단히 갱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바 없이 증명했다"면서 미사일 개발의 목적이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를 전략적 억제의 핵심축에 세워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하자는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라고 자평한 그는 "어떤 조밀한 방어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상대에게 심대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미 연합 전력의 요격을 뚫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서태평양 미국의 괌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한 겁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과업으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는데요. 이에 따라 북한은 2021년 9월에 '화성-8형'이란 이름의 액체연료 미사일을, 2022년 1월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액체연료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했는데요. 이어 4월에는 고체연료를 이용한 ‘화성포-16나형’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신형'이라고 한 6일 미사일은 이 '화성포-16나형'의 개량형인 것으로 합동참모본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은 1100여㎞(북한은 1500km 주장)를 날아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의 바위섬 '알섬'쪽으로 떨어졌는데, 현재까지 관측된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를 기록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거리는 준중거리 미사일(MRBM·1000~3000㎞)급으로 보이지만, 실제 추진체(엔진)는 IRBM(3000~5500㎞)급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합참은 "기만 가능성 높다"…극초음속 미사일로는 부족, 평가절하
합참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비행거리와 2차 정점 고도 등은 기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2차 정점 고도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직 극초음속 미사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번 북한 미사일이 극초음속미사일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이후 계속 분석해야 하는 가운데, 김 총비서가 "우리는 결코 쉽지 않은 기술력을 획득했다"고 말한 대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측은 수차례 북한에 대한 로켓 기술 전수를 시사했고,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체결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 10조도 '우주 등 과학기술 분야 교류·협조' 항목이었습니다.
지난 5~6일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모스크바가 북한에 첨단 우주 및 위성 기술 공유의 의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민 박사는 "자체적인 기술 개선도 있겠지만 러시아의 기술 협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홍민 박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리처그 그리넬 대북 특사를 임명하고, '트럼프 1기'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한 윌리엄 해리슨(백악관 부비서실장), 알렉스 웡(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인선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위협감소를 위한 핵군비통제, 관계 개선 등 협상 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