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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경제 휴대전화번호의 위험성


지인이 휴대전화를 바꾸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휴대전화가 자주 울려도 받지 않길래 물어보니 대다수가 스팸 전화라는 겁니다.

메시지함을 보니 하루에도 수십건의 스팸문자가 쏟아졌는데요. 불법 도박에 유흥, 성인 문자, 대출 권유 등 온갖 불법행위들이 다 묻어있는 문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번호 사용자가 불법적인 행위를 했던 탓인지 그를 찾는 험악한 전화도 많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인은 기존 사용자가 아님을 일일이 해명해야 했습니다.

스팸에 시달리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라고 토로한 제 지인은 성인 남성입니다.

 

그러다 다른 자리에서 자녀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여기서 들은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픽=챗GPT)

 

"애한테 폰 개통해주려면 번호 받아서 두 달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받아들면 스팸을 거를 수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이 지인의 딸은 스팸문자에 일일이 ‘네’라고 답을 하며 소통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지인이 뒤늦게 이를 발견해 스팸 차단에 나섰습니다.

또 딸 휴대전화에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에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신이 아이의 아빠이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찔한 일입니다.

혹여 나쁜 마음을 먹고 아이를 꾀어내거나 불법 콘텐츠를 공유하고 요구했다면 더 큰 사고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성인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주는 오염된 휴대전화번호가 아이들에게 갔을 경우엔 피해가 훨씬 불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인은 둘째 자녀의 휴대전화는 먼저 개통해서 지인이 두 달 정도 사용한 뒤 안전한 번호로 확인되면 아이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키즈폰에 쏟아지는 음란문자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 스팸문자가 어린이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다"며 "통신사가 어린이 사용자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인식부터 제대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호자가 희망하는 경우, 키즈폰에는 아예 사용된 적 없는 번호를 우선 부여하고, 이미 사용된 번호를 줄 때는 에이징(기존 이용자가 반납해 특정 기간 동안 사용금지)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SK텔레콤은 신규 키즈폰 개통 고객에게 사용 이력이 없는 미사용 번호를 우선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만 19세 미만 청소년 가입자에게는 최근 2년 간 사용되지 않은, 이른바 에이징 번호를 우선 제공하기로 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통신사가 충분히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휴대전화에 스팸이 날아드는 일,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 모두 꽤 오래된 일이잖아요. 관계자라면 이 같은 우려는 생각해 낼 수 있고, 생각해 내야 하고 그에 따른 방지책도 마련할 의무가 있어 보입니다.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날 때부터 만지는 세상, 비단 휴대전화 번호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미리 고려해야 할 일들은 수두룩 빽빽한데요. 각 업계에서는 이를 놓치지 않아야겠습니다.

 



newstomato.com |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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