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있는 '두더집'이다.
이곳은 청년 사회적기업가지원단체인 '씨즈'가 운영하는 곳으로 은둔고립 청년들이 모여 여러 활동을 함께하는 공간이다.
(사진=이진하 기자)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온라인 속 만남과 혼밥이 익숙한 우리가 고립을 택한 건 경직된 사회 분위기, 기성세대의 따가운 시선이 아닐까 생각해요. 뛰어노는 법을 모르는 우리들을 향해 '넌 왜 못하니'라고 꾸짖으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윤채원 씨(가명·22세)
취재진이 은둔고립 청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씨즈'에서 운영 중인 '두더집'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주택으로 낮과 밤에 청년들이 모여 대화하고, 놀이와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입니다.
이 밖에도 정기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눠먹는 시간도 있어 청년들이 관계 형성을 돕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 속 외동…은둔 고립의 시작"
윤 씨는 어렸을 때부터 예민하고 불안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기성세대들은 '얘가 나태해서 핑계만 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 씨는 그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괴로워하다가 은둔고립청년이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제 또래 사람들은 많이 공감하실 텐데요.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어릴 때부터 혼자 지내거나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고 혼밥(혼자 밥 먹는) 하는 것에 익숙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주의적 성격으로 자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세대는 사람을 대할 때 더 소심해지면서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청년인 조강언 씨(25세)는 정신적 질환을 겪으면서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은둔고립 청년이 되었지만, 스스로 세상에 나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중 '씨즈'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서비스인 '두더지 땅굴'을 접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공연 보는 것이 좋아서 혼자 콘서트도 다녔지만, 스스로 위축된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저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두더지 땅굴'에서 사람들이 내 글과 댓글에 응원해 주는 것을 보고 용기가 생겨서 오프라인 모임인 '두더집'도 오게 됐죠."
이은애 청년사회적기업가 지원단체 '씨즈'의 대표가 서울 은평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진하 기자)
기성세대와 다른 출발점…"문제 접근도 달라야"
청년들을 만난 후 '씨즈'를 설립한 이은애 대표를 만났습니다.
은둔고립 청년이 사회적 문제란 인식이 대두되기 시작한 2010년 '씨즈'를 만들었고, 꾸준히 청년들의 문제를 살펴봤는데요. 이 대표는 우리나라 은둔청년에 대해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라고 표현하며, 우리 시대가 가진 문제를 청년에게 응축돼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 기성세대들은 굉장히 가난하게 시작한 세대라 경력 유보하기보다 일단 어떤 회사든지 들어가서 경험을 쌓았죠. 그렇게 하다 보면 개개인에게 기회가 생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청년들은 '내가 첫출발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첫 직장을 얻는데 기성세대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징이 있죠."
그러면서 "한국의 교육제도나 노동시장 자체가 사실 사람의 소외나 고립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결국 은둔·고립 청년들은 사회 문제의 피해자인 측면이 있다고 봐요. 또 한 가정에 자녀 한 명씩을 키우다 보면 과거와 달리 관계 형성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것도 문제죠. 그런데 '너만 고치면 돼'란 방식의 접근으로 이 문제는 절대 해결해 나갈 수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히키코모리'와 비슷한 듯 다른 한국 청년
한국의 은둔고립 청년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시작된 '히키코모리' 현상과 비슷한데요. 수십 년간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하고 있으나, 지난해 일본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5~65세 인구 50명 중 1명이 은둔하는 것으로 조사돼 1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이에 이 대표는 비슷한 듯 다른 점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일본과 우리의 비슷한 점은 앞 세대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부자 나라를 형성한 후 직업이나 집안에 따라 서열화되는 등 양극화의 심화, 각자도생의 문화가 팽배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여요"라며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기성세대들처럼 생존을 위한 사회 진출이 아닌 환경이 됐을 때 은둔과 고립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중산층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은둔고립 청년이 많다면, 우리는 1인 가구가 아주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히키코모리는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우리 청년들은 월세를 내기 위해 '반짝' 일을 하고, 식료품을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을 가는 것이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 청년들이 신체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더 높아요"며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스스로가 은둔이나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리 '두더집'이나 '두더지 땅굴' 등의 커뮤니티를 찾으며 노력한다는 점인데, 이들이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고립 청년 발굴도 중요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